KBS 용태영 특파원 등의 납치 배경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복잡한 정치역학이 자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인민해방전선(PFLP)이 외국인을 납치한 것은 이스라엘군이 14일 예리코 교도소를 기습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스라엘은 교도소 공격의 이유로 자국 각료를 암살한 범죄자에 대한 응징이라고 밝히고 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7일 2001년 레하밤 지비 전 이스라엘 관광장관 살해를 지시한 혐의로 이 교도소에 수감중인 PFLP 지도자 아흐메드 사다트의 석방 가능성을 시사해 방치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라난 기신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에게 정의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작전을 통해 테러범 문제에 대한 이스라엘의 입장을 향후 출범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PFLP뿐 아니라 1월 총선에서 전체 132석 가운데 74석을 차지하며 정권을 잡고 조만간 새 내각을 구성할 팔레스타인 최대 무장단체인 하마스에 대한 경고 메시지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면에는 이 달 28일로 예정된 이스라엘 총선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대행과 집권 카디마당이 온건파 이미지를 씻어내고 보수표 이탈을 막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공격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집권세력은 과거에도 총선을 앞두고 팔레스타인과의 대립을 심화시키는 선거전략을 많이 썼다. 현재 뇌졸중으로 혼수상태인 아리엘 샤론 총리가 2000년 8월 총선을 앞두고 이슬람 성지인 알 아크사 사원을 방문, 팔레스타인인들의 인티파다(반 이스라엘 저항 운동)를 유발해 총선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교도소 공격에 미국과 영국도 공모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14일 미국과 영국이 자국 소속의 예리코 교도소 경비인력을 모두 철수시킨 이후에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강경파가 득세할 것으로 보여 양측간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특히 하마스는 무장투쟁을 포기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됐다.
이란 등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온 국가들이 지적해온 국제법과 국제여론을 무시하는 이스라엘의 ‘국가테러’가 부각될 수도 있다. 2000년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로 사망한 5,000여명 중 4,000여명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었는데도 팔레스타인이 테러집단으로, 이스라엘이 피해자로 인식돼 왔다는 주장이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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