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그제 올해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으로 지난해보다 1.3% 낮은 2.6%를 제시했다. 우리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는 듯 보이지만 고유가 저환율 등 대외환경 급변으로 저성장에 빠질 우려가 크므로 당장의 성과배분보다 미래성장동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경총은 중소기업과 비정규 근로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과 신규인력 채용 확대를 위해 전산업 평균임금의 1.5배를 넘는 대기업은 임금을 동결하라고 권고했다.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고 나름대로 산출근거도 밝혀 사회적 공감대를 얻으려고 애쓴 듯한 이 지침은 말 그대로 ‘안내선’일 뿐,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노동계가 이미 내놓은 9% 이상의 인상률 요구와 차이가 큰 만큼 노사 긴장은 높아지겠지만, 개별기업 혹은 산업의 임금은 업종의 특성과 경영실적, 노사간 힘관계, 기업문화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경총의 제안에는 ‘노동계 떠보기’ 의도도 숨어 있다고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교섭테이블에 올라올 사측 제안의 대부분이 경총 지도에 따른다고 볼 때 이번 지침은 노조의 공격대상이 돼 노사 자율교섭을 저해하기 안성맞춤이다. 최근 주주총회를 끝낸 10대 그룹 소속 63개 상장사가 올해 이사진의 임금한도를 16.7%나 올린 것에 대해선 경총이 입을 닫고 있는 까닭이다.
우리나라 경영진의 보수가 외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거나, 한도만 올렸을 뿐 실제로는 동결했다는 등의 변명도 있겠지만 이미 초고액 연봉을 받는 이들에겐 왜 ‘절제’의 잣대가 적용되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재계 내에서도 “기업임원 보수의 기준과 원칙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지만 KT&G와 경영권 다툼을 벌여온 칼 아이칸측이 이사 보수한도 인상의 근거를 문제삼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런 식이라면 이미 8%대로 예상되는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동결을 말하는 것도 비정규직 등 저임금 근로자의 불만을 억누르려는 속임수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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