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도 예산 심의가 마무리되면서 일본 집권 자민당에서 ‘포스트 고이즈미’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ㆍ왼쪽 사진) 관방장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ㆍ오른쪽 사진) 전 관방장관,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무성 장관,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楨一) 재무성 장관, 야마사키 타쿠(山崎拓) 전 자민당 부총재 등이다.
이중 가장 유력한 후보는 아베 장관이다.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민적 인기를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이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NHKㆍ14일 발표)에 따르면 차기 총리 후보로 아베 장관이 32.6%, 후쿠다 전 장관이 6.8%, 아소 장관이 2.2%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일본 정계는 승부를 그렇게 간단하게 보지 않는 것 같다. 자민당 내부에서 ‘후쿠다 대망론’이라는 말이 나돌듯이 안정된 이미지에다 한국, 중국에 대한 이해도 깊은 후쿠다 전 장관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등 자민당 현 지도부는 음으로 양으로 아베 장관을 밀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해 12월 “찬스는 그렇게 쉽게 오지 않는다”며 아베 장관에게 총재 선거에 출마할 것을 강하게 권했다.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자민당 간사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총재 선거를 국민참여형으로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아베 밀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베 장관이 만일 출마를 선언한다면 “무조건 당선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문제는 일본의 정치 구조가 매우 복잡하다는 것이다. 우선 아베 장관과 후쿠다 전 장관이 같은 모리(森)파 소속이라는 점이 커다란 변수이다.
내심 후쿠다 전 장관을 지지하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는 파벌 내에서 후보를 조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베 장관은 총리 자리를 양보해 결국 정치인으로서 실패했던 아버지의 일을 떠올려 출마를 강행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온실 속의 황태자처럼 성장해 온 그가 파벌의 목소리를 무시하면서까지 밀어붙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야마사키 전 부총재의 존재도 중요한 변수이다. “경험이 풍부한 후쿠다가 아베 보다 낫다”고 말하고 있는 그가 특유의 조정력을 발휘해 반(反)아베 전선을 구축한다면 결과는 오리무중이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는 최근 TV 방송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나빠진 근린 외교와 재정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한 그는 후쿠다-다니가키의 공조 등 복잡한 합종연횡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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