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의 선발투수 손민한(롯데)의 스타트는 매끄럽지 못했다. 1회 초 시작하자마자 심판의 까다로운 볼 판정으로 볼넷 2개와 안타 1개를 맞으며 2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한 방이면 그라운드에 ‘수건’을 내던지며 사실상 경기를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르는 위기였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MVP인 손민한은 메이저리그 최고 포수 제이슨 배리텍(보스턴)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영리한 피칭을 했다. 볼카운트 2-1에서 타자 바깥쪽으로 절묘하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배리텍의 방망이는 헛돌았고, 이 때부터 미국의 처참한 몰락이 시작됐다.
미국은 지난해 내셔널리그 다승왕(22승)을 거둔 왼손투수 돈트렐 윌리스(플로리다)를 선발로 내보냈지만 컨트롤이 엉망이었다. 1회말 첫 타자 이종범(기아)이 볼넷으로 걸어나갔지만 2번 김민재(SK)의 병살타로 ‘위기 뒤의 찬스’가 무산되나 싶었다.
하지만 물오른 이승엽(요미우리)의 방망이는 무시무시한 홈런 행진에 ‘쉼표’를 찍는 것을 거부했다. 윌리스의 초구를 받아 친 것이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이승엽의 4경기 연속 홈런으로 선취점을 올린 한국 대표팀은 윌리스를 동네북처럼 두들겼다. 김태균의 볼넷과 송지만 이범호의 연속안타로 1점을 추가해 2-0으로 앞섰다.
미국이 3회초 켄 그리피 주니어의 홈런으로 1점을 따라붙자 3회말 반격에서 4사구 2개와 희생번트, 내야땅볼로 손쉽게 1점을 냈다.
상대가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미국이었지만 한국은 멕시코전처럼 경기 내내 숨을 졸일 필요도 없었다. 4회초 1사후 김민재가 2루타로 살아나가자 미국 벤치는 자존심을 구겨가며 첫 타석에서 홈런을 때린 이승엽을 고의4구로 피해갔지만 이번에는 최희섭(LA 다저스)의 방망이가 폭발했다. 볼카운트 1-1에서 미국의 두 번째 투수 댄 휠러의 3번째 공을 힘으로 걷어올려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3점 아치를 그렸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6-1. 미국 선수들은 의욕을 잃은 듯 실책을 연발하며 최악의 플레이를 펼쳤다.
애너하임=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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