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루 안도 하이도 쓰바라시!”(지킬 앤 하이드 대단해요)
지난해 한국 공연계에 ‘조승우 신드롬’을 몰고 왔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13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유포트극장에서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며 ‘뮤지컬 한류’를 향한 힘찬 걸음을 내딛었다.
공연은 1,800석의 좌석 중 사석을 제외한 1,400석을 가득 채운 채 막을 올렸다. 아직 한국 뮤지컬에 익숙치 않은 관객들은 처음엔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조용히 공연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나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와 빼어난 가창력이 서서히 무대를 장악해가면서 관객들은 선과 악을 넘나 들며 고뇌하는 지킬(조승우)의 꺾인 이상과 애절한 사랑에 조금씩 젖어 들었다.
지킬이 숨을 거둘 때 울려 퍼지는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을 마지막으로 2시간 30분의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5분간 열광적인 기립박수를 보내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몇몇 관객들은 눈물을 훔치며 커튼콜에 나선 배우들에게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공연장을 찾은 NHK 프로듀서 지츠카와 마키(實川眞紀ㆍ30)씨는 “올해 다섯편의 뮤지컬을 봤는데 그 중 가장 뛰어나다. 특히 조승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압권”이라고 말했다. 영화 ‘말아톤’을 수입한 아뮤즈사의 오사토 요키치(大里洋吉) 대표는 “배우들의 박력 있는 연기가 좋았고, 조승우는 선과 악을 오가는 연기를 잘 소화해냈다”고 평가했다.
‘지킬 앤 하이드’의 성공적인 출발은 조승우의 힘에 많이 의지하고 있다. ‘클래식’과 ‘말아톤’ 등을 통해 이미 얼굴을 알린 그는 일본에 많지는 않지만 열광적인 팬을 확보하고 있다. 공연장을 찾은 40~50대 중년 여성의 상당수는 조승우의 팬. 40대 여성 다마키 후지코씨는 “벌써 조승우가 출연하는 공연 표는 동이 났다는 소문이 돌 정도”라고 말해 조승우의 일본 내 인기가 만만치 않음을 실감케 했다.
이번 공연은 국내 뮤지컬의 일본 진출에 새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지난해 ‘갬블러’가 12억원의 개런티를 받고 수출됐던 것과 달리 제작사 오디뮤지컬컴퍼니는 일본 공연투자사 JK스파클과 손잡고 10억원을 들여 직접 공연을 준비했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 받기는 힘들지만, 입장 수입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까지의 도쿄 공연과 22~24일 오사카 공연의 예매율은 80%대를 넘어선 상태다. 현재 12억원의 수익을 확보해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대표는 “2004년 국내 초연 때부터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아와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며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 해외 시장 개척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뮤지컬 시장은 한 해 3,600억 엔 규모. 미국 영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지난 2월 삿포로에서 시험 공연을 마친 ‘겨울연가’ 등 많은 국내 작품들이 ‘한류’를 등에 업고 ‘황금 시장’ 일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킬 앤 하이드’는 한국 뮤지컬의 잠재력을 확인한 동시에 ‘뮤지컬 한류’가 현실화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도쿄=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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