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중음악계의 최고 화제는 단연 이효리다. 이효리가 새 앨범 ‘Dark Angel’을 발표한 후, 앨범의 완성도에서부터 표절 시비, 라이브 무대의 가창력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판단은 각자 할 일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요즘 이효리 만큼 ‘음악적’으로 많이 거론되는 가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효리와 음악? 이상하다. 생소하다. 그동안 누구나 ‘이효리 패션’은 이야기 하면서 어느 누구도 ‘이효리 음악’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던 탓이다.
사실 이효리처럼 앨범 발표 자체가 화제가 되는 가수여야 음악에 대한 관심도 뒤따른다. 그렇지 못한 연예인들은 가수 혹은 연기자로서의 역량을 평가 받기 어렵다.
대신 오락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개인기나 사생활이 평가의 잣대가 된다. 김종국은 지난해 말 지상파TV 3사의 가수상을 휩쓸었지만 정작 화제가 된 것은 근육질 몸매나 오락 프로그램에서 여자 연예인들과 벌어진 가상의 삼각관계였다. 또 김수로는 첫 주연한 영화 ‘흡혈형사 나도열’의 코믹 연기 대신 오락 프로그램에서 단 한 번 선보인 ‘꼭짓점 댄스’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다. 인터넷에서는 쉴 새 없이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검증’한다. 연예인들의 과거 사진을 찾아 성형 의혹을 제기하거나, 온갖 정보를 뒤져 그들의 사생활을 파헤친다. ‘왕의 남자’ 이준기는 데뷔 전 친구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 하나 때문에 ‘친일 논란’을 겪었다. 이쯤 되면 연예인이 되려는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까지 ‘매니지먼트’ 해야 할 판이다.
대중이 연예인의 사생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본업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결여된 채 이미지에 따라 인기가 결정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노래 연습 하는 것보다 오락 프로그램에서 유창하게 말하는 게 더 도움이 되는데 누가 연습에 주력하겠는가. 그러니 창작물의 질은 떨어지고, 다시 대중은 연예인의 실력을 불신한다. 결국 대중과 연예인 모두 이미지에만 신경 쓰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효리의 음악에 관한 논란은 찬반을 떠나 의미 있다. ‘엔터테이너’로 분류되는 가수의 음악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가수이니 춤과 패션에만 신경 쓰면 된다는 이야기는 어불성설이다. 인기 가수라면 당연히 그 능력도 함께 평가 받아야 한다. 음악은 안 듣고 TV에 비친 이미지만으로 가수를 평가하는 건 난센스다. 이제 ‘연예인’ 대신 ‘가수’를, ‘연기자’를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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