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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변가 원자바오

입력
2006.03.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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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4일 내외신 기자 1,000여명이 몰린 기자회견에서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의 치세를 다룬 ‘정관정요(貞觀政要)’를 인용해 중국의 방향을 제시했다.

기자회견은 중국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 4차 회의 폐막 직후인 오전 10시에 시작돼 낮 12시 10분까지 2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첫 질문은 전인대의 최대 화두였던 도시와 농촌간 양극화, 신농촌 건설 등에 모아졌다. 원 총리는 정관정요의 “위험이 닥친 이유를 생각해 보면 안정을 찾을 방법이 보이고, 혼란해진 이유를 생각하면 국가를 잘 다스릴 방도를 찾을 수 있으며, 멸망한 이유를 생각하면 존립할 길을 찾을 수 있다(思所以危則安,思所以亂則治,思所以亡則存)”는 구절로 답을 대신했다.

중국이 문제점을 해결할 역량과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오긍(吳肯)이 지은 정관정요에 나오는 이 구절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지도자들의 위기의식을 촉구하기 위해 먼저 인용한 바 있다.

원 총리는 ‘중국이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며 중국의 인터넷 관리는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언론이 이 문제를 자주 지적하는 것을 겨냥해 “민주주의를 말하고 싶으면 집안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책만 읽지 말고 지하철과 버스도 타봐야 한다”는 미국 언론인 사이먼 스트란스키의 말을 인용했다. 중국의 현실을 잘 알고 나서 비판을 하라는 지적이었다.

원 총리는 대만 문제와 관련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길 바라며, 대만이 독립 강령을 버린다면 민진당을 포함한 대만측과 협상을 진행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만독립을 반대한다”는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1시간으로 예정된 기자회견이 50분이나 연장됐어도 질문이 계속되자 원 총리는 “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으니 기자들이 배가 고픈 것을 참을 수만 있다면, 내ㆍ외신 기자 각 한 명씩의 질문을 더 받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또 기자 13명의 질문에 원 총리는 핵심 주제 별로 번호를 붙여 가며 차근차근 대답하는 여유를 보였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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