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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총리 사퇴한다면…이후 盧대통령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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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총리 사퇴한다면…이후 盧대통령 선택은?

입력
2006.03.16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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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현지시간)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 길에 오른 노무현 대통령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어두웠다.

나이지리아와 알제리 대통령으로부터 “코리아를 배우고 싶다”는 ‘한국 찬가’를 듣기도 했지만, 14일 귀국하자마자 풀어야 하는 큰 숙제는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노 대통령은 순방 중 이해찬 총리의 거취문제에 대해 전혀 입을 열지 않았다. 출국 직전 청와대 핵심 참모들에게 이 총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으나, 출국 후 꼬인 상황은 총리 유임론을 흐트러뜨렸다.

노 대통령이 귀국 후 특유의 ‘역 발상’으로 이 총리를 유임시킬 수도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으나, 대세는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할 수 밖에 없으리라는 쪽이다. 여당마저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마당에 노 대통령의 선택 폭은 넓을 수가 없다.

총리 교체는 국정과 정국 운영 틀의 대변화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분권형 국정운영의 핵이자, 집권 후반기 당청관계에서 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인 이 총리의 퇴진은 노 대통령에게 난감한 상황일 수 있다. 이 총리의 공백을 매울 인사를 찾지 못한다면 노 대통령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노 대통령이 꺼낼 수 있는 승부수는 여당 탈당이다. 노 대통령 스스로 지방선거 후 탈당하는 방법을 거론한 적이 있으나, 현재의 내각과 정국 운영시스템을 복원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지방선거 전에 탈당을 결행할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의 탈당은 여당과 거리를 두면서 국민과 역사를 상대로 한 초당적 국정운영을 펴겠다는 뜻이다. 여당에 끌려가면서 권력누수가 가속화하고, 분권형 시스템이 허물어지는 것을 지켜보느니 아예 국정운영의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정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면서 기존 여야개념의 선거구도도 변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거국 내각이나 중립적 내각 구성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대연정을 다시 제의할 수도 있으나 한나라당의 반대가 워낙 거세 현실성은 낮다.

그러나 이 같은 구상의 앞길 역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가시밭이다. 여당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는 정권, 임기를 2년밖에 남겨놓지 않은 정부가 무슨 일을 제대로 밀고 나갈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무성하다.

노 대통령이 남은 임기 중 양대 과제로 제시한 양극화 해소와 한미 FTA 협상은 국민 설득과 관련 법안통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국회 협조가 절대적이다.

게다가 여당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국정수행지지도가 20%대에 불과한 정권과의 차별화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중립내각을 구성하려 해도 선뜻 한배를 타려는 중량급 인사가 나설지 미지수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이 총리를 유임시키는 역 발상을 실행에 옮긴다면 더 감당하기 어려운 후 폭풍을 부를 것이다. 노 대통령의 심중은 이래저래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알제(알제리)=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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