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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치사한 승리'… 세계 야구팬들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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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치사한 승리'… 세계 야구팬들 맹비난

입력
2006.03.16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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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전에서 캐나다에 덜미를 잡혀 망신을 샀던 미국이 이번에는 편파 판정으로 승리를 훔쳐 세계 야구팬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미국은 예선전에서 멕시코에 밀려 조 2위로 떨어지자 본선 1조의 경기 시간을 바꾸려다 한국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야구 종주국’ 미국은 실력, 판정, 운영에서 모두 낙제점을 받고 있는 셈이다.

13일(이하 한국시간) 애너하임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미국-일본전. 아쉽게 역전패 당한 일본 대표팀의 간판스타 스즈키 이치로(시애틀)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진 않았지만 분노에 찬 표정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WBC 대회를 통해 일본 야구가 세계 최강임을 보여주겠다던 그의 호기에 찬 장담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었다. 일본은 미국의 홈 텃세로 인해 다 잡았던 경기를 놓치고 말았다. 3-4 역전패.

문제의 상황은 3-3으로 맞선 일본의 8회초 공격 때 일어났다. 1사 만루에서 이와무라는 좌익수 플라이를 날렸고 지난해 퍼시픽리그 도루왕을 차지한 3루 주자 니시오카는 잽싸게 리터치, 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1루측 일본 덕아웃에서 터져 나온 환호성은 곧 탄식으로 바뀌고 말았다.

벅 마르티네스 미국 감독은 주심 보브 데이빗슨에게 니시오카가 태그업 하는 순간, 좌익수가 공을 잡기 전에 발이 먼저 베이스에서 떨어졌다고 항의를 했다. 데이빗슨 주심은 2루심 브라이언 맥나이트를 불러 의견을 구한 뒤 곧바로 더블 아웃을 선언했다. 일본 대표팀 오 사다하루(왕정치) 감독은 통역을 대동한 채 득달같이 뛰쳐나가 항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흐름을 뺏긴 일본은 9회말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뼈아픈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대어’ 미국을 잡는 데 실패했다. 이날 경기를 생중계한 ESPN은 수차례 리플레이 화면을 보여주며 판정에 문제가 있음을 암시했다.

오 사다하루 감독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이런 판정 번복이 일어난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본 3루심의 판정을 어떻게 주심이 4심 합의도 하지 않고 뒤집을 수 있느냐” 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보브 데이빗슨 주심은 “당시 3루심이 타구를 보기 위해 외야로 나간 상황에서 2루심이 베이스 가장 가까이서 상황을 지켜봤다. 처음부터 3루심의 콜은 잘못된 것이었다” 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한국과 준결승전에서도 3루심의 오심 덕에 승리한 장면이 오버랩 되며 판정 번복에 대한 의구심은 끝내 지워지지 않았다.

애너하임=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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