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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월드컵 응원 상업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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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월드컵 응원 상업화 안된다

입력
2006.03.16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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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독일 월드컵이 87일 앞으로 다가왔다. 태극전사들은 41일간의 해외 전지훈련과 앙골라와의 평가전을 마치고 K리그에 복귀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월드컵 마케팅은 꽃샘추위에 아랑곳없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이 서울시청 앞 광장의 길거리 응원전 주도업체로 선정되면서 불거진 월드컵 마케팅 대전은 공식 응원가를 둘러싼 쟁탈전으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월드컵을 계기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월드컵 마케팅을 사시로 바라 볼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영리 추구가 목적인 기업이 문화의 한 코드로 자리잡은 월드컵 응원을 주도한다는 것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2002년 6월의 길거리 응원은 순수성과 대중성을 바탕으로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낸 최고의 걸작품이었다. 그러나 대기업 주도의 길거리 응원은 그 같은 순수성을 훼손하고 상업주의가 판치게 할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 컨소시엄측은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서울시청 앞 광장은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으며, 우리가 멍석을 깔아주는 것 아니냐”라고. 물론 대기업과 일부 방송사가 연계하면 인기가수 동원 등 응원전의 콘텐츠 만큼은 다양(?)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광장은 만인의 것이며,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4년 전 4,700만을 하나 되게 한 성지(聖地)인 서울시청 앞 광장이 분열과 단절의 상징으로 전락해선 곤란하다. 응원전도 중구난방이다. 한 기획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수 억원을 들여 임대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모 방송사는 대형 영화관에서 응원전을 펼칠 계획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월드컵 공식 응원가 쟁탈전도 점입가경이다. SK텔레콤의 후원을 받고 있는 윤도현 밴드가 록버전으로 편곡한 애국가와 KTF의 후원을 받고 있는 붉은 악마가 공식 응원가로 선정한 ‘버즈’의 ‘레즈 고 투게더’(Reds Go Together)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이밖에도 내로라 하는 가수들이 월드컵 붐을 타고 응원가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

공식 응원가란 대표팀 서포터스인 붉은 악마가 지정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특정 기업이나 가수가 주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통신사간 광고 전쟁이나 대리전 양상에 의해 좌우돼서도 안된다. 2002년의 ‘오 필승코리아’ 처럼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대규모 응원전을 주도하려는 대기업과 미디어들은 4년 전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때 우리는 사심 없이 ‘대~한민국’을 외쳤고 분열과 갈등을 접어둔 채 하나가 됐다.

누가 멍석을 깔아주지도 않았고, 응원가를 외우거나 연습하지도 않았지만 우리는 정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특정 기업이나 특정 단체가 월드컵 응원전의 주도권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분열을 조장해서는 안된다.

월드컵 응원의 진정한 주체는 4,700만의 ‘붉은 악마’이기 때문이다. 6월이 되면 우리는 또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달려 나갈 것이다. 분열과 갈등이 배제됐던 2002년처럼 서울시청 앞 광장이 모두가 손 잡고 하나로 어우러져 축제로 승화하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여동은 문화스포츠부 차장대우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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