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요즘 한껏 내달리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을 바탕으로 건전성과 수익성까지 좋아진 데 이어 최근에는 외국계 펀드들까지 눈독을 들일 정도다. “그래도 돈을 맡기려면 옥석을 잘 가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은 작년 하반기 4,0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보다 무려 2,422억원(152.9%)이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말 현재 연체율(18.8%)은 전년(22.8%)보다 4%나 떨어져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여ㆍ수신액도 각각 전년보다 17.1%, 14.2%나 늘어났다.
알찬 실적 때문인지 ‘돈냄새’ 잘 맡는 유명 외국펀드들도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중이다. 2월 아시아퍼시픽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APAEP)라는 외국계 펀드에 이어 8일에는 미국계 투자펀드인 칼라일이 HK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밝혔다.
최근 공직자 재산공개에서는 돈에 관한 한 ‘선수’라고 할 수 있는 금융기관장들의 주요 투자처가 저축은행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를 모았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본인과 부인 명의로 저축은행에 9,100만원을 맡겼고,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는 산업은행에 예금한 돈(1,131만원)보다 저축은행에 맡긴 돈(1억4,000만원)이 훨씬 많았다. 정홍식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10군데의 저축은행에 4,600만~4,700만원씩을 분산 투자해 저축은행에만 4억6,800만원을 넣어 둔 저축은행 마니아다.
저축은행들의 실적호조는 대표적인 위험요소인 소액신용 대출의 부실을 지난해 거의 정리했고 연체채권 회수에 적극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2004년 말 부쩍 높아진 연체율에 위기감을 느낀데다 감독당국이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자 자발적인 노력에 나선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고위험 여신으로 분류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경우 총 5조6,632억원으로 전년도보다 52.7%(1조9,544억원)이나 실적을 늘리면서도 연체율(8.8%)은 4%나 낮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저축은행의 실적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갈수록 대형 회사들에 돈이 몰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저축은행은 경기에 민감한 만큼 거래처를 신중히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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