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5일 취임 1년을 맞는다. 전임 이헌재 부총리가 갑작스레 중도 하차한 탓에 한 부총리의 등장은 ‘구원투수’성격이 짙었지만, 그래도 꽤 ‘호투’해왔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특히 성장률 주가 등 지표만 보면 그의 성적표는 ‘우등’에 가깝다. 그러나 ‘호투’ 배경과 ‘구질’에 대해선 평가가 좀 엇갈린다.
후한 점수를 주는 쪽은 개방경제와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강한 소신을 꼽는다. 한 부총리가 아니었다면 과연 스크린쿼터 축소를 포함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굵직한 대외 현안들을 꺼낼 수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신자유주의 신앙가’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한국경제가 미래의 진로를 개방화로 설정한 이상, 그만한 적임자는 없다는 평가다. 한 부총리도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1년의 평가에 대해 “시장경제, 개방경제가 좀 더 진척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재경부에선 한 부총리를 역대 가장 학구적인 부총리로 꼽는다. 한 간부는 “일부에서 소신부재를 얘기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보스’스타일이 아니고 본인 주장을 밖으로 내세우는 편도 아니지만 경제운용에 대한 철학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색한 평가도 있다. 우선 한 부총리가 누리는 경기회복 성과에 대해 ‘절반은 공짜’란 시각이다. 냉정히 따져보면 경기가 바닥을 치던 시점에 한 부총리가 취임했기 때문에 어차피 경기는 좋아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의 그의 관운”이란 소리도 들린다.
한ㆍ미 FTA로 상징되는 대외부문에 비해, 대내적 성과는 왜소하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참여정부 집권후반부의 최고 정책 의제인 양극화 해소 쪽으로 가면, FTA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소신이나 강한 추진력이 별로 엿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다시 꿈틀대는 집값도 한 부총리에겐 아주 부담스런 대목이다.
평균 이상 점수를 받고 있는 만큼 한 부총리의 롱런 가도엔 당장은 별 장애물이 없다. 다만 5월 지방선거 이후엔 모든 것이 안개 속에 있고, 한 부총리의 거취 역시 마찬가지일 수 밖에 없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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