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의 상징이었던 인민대회당이 자본주의식 최고급 이벤트와 파티장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 보도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지시로 1959년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 서쪽에 러시아식 건물로 완공된 연면적 17만1,800㎡의 인민대회장은 중국 현대사와 운명을 같이해왔다.
건물 4층 높이에다 축구장 세배에 달하는 면적을 가지고 있는 중앙홀 천장에는 마오를 상징하는 커다란 붉은색 별이 장식돼 있다. 더욱이 마오가 공산혁명의 위대함을 설파했던 이곳에선 72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과 마오가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78년 덩샤오핑(鄧小平) 전 주석이 개혁ㆍ개방을 선언하고 사실상 공산주의의 실패를 인정했으며 89년 톈안먼 사태 당시에는 리펑(李鵬) 전 총리가 민주주의를 갈망하던 젊은이들과 얼굴을 맞대며 중국의 미래를 걱정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던 이곳이 중국의 자본주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하듯, 3월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와 정치협상회의 등 양회(兩會) 기간을 제외하곤 최고급 행사, 이벤트, 콘서트 등이 열리는 곳으로 바뀐 것이다. 지난해에는 세계적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송년 모임, 미 사우스캐롤라이나 동창회가 열리기도 했다.
또 자본주의의 상징인 KFC, 포드자동차, 제너럴 모터스, 모토롤라,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이곳에서 회사 행사를 개최했다. 성룡의 쿵후 영화인 ‘신화’, 중국이 낳은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과 신시내티 팝스의 연주회, 팝가수 리처드 크레이더만의 공연도 열렸다.
2만 달러만 내면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인민대회당 중앙홀을 몇 시간 동안, 1인당 100달러씩만 내면 300개중 하나의 룸을 누구나 빌릴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대회당을 활용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중국이 시장경제로 나서고 있다는 메시지를 대외에 알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인민대회당을 대관하는데 적극적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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