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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이 경쟁력이다] <8> 동반자 경영 앞장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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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이 경쟁력이다] <8> 동반자 경영 앞장 '롯데'

입력
2006.03.16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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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충북 제천시 봉양읍 ㈜동양축산의 축산물 가공공장. 4개의 육가공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도축된 돼지를 등심, 안심, 갈비, 갈매기살 등 10여개의 부위로 자르고 포장하는 10여명 직원들의 손놀림이 절도있다.

직원들의 동작이 빨라지자 불시에 작업장 검수를 나온 롯데백화점 박봉규(39) 축산바이어의 움직임도 부산해진다. 5시간 넘게 고기 뼈의 크기, 작업장 도마와 도축용 칼의 위생상태, 냉장상태, 지방과 고기의 비율 등 10여 가지 항목을 꼼꼼히 점검하고 기록하던 박 바이어가 “문제 없습니다” 라고 ‘오케이 사인’을 보내자 작업장에는 긴장감이 사라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흐른다.

롯데의 ‘지정농장’인 동양축산은 전국 65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매장에서 판매되는 소고기ㆍ돼지고기의 35% 가량을 공급하는 대규모 정육공장이다. 동양축산은 1970년대말 롯데백화점 공사장 노동자들에게 육류를 납품한 것을 계기로 30여년간 롯데와 파트너십을 맺어왔다. 이런 특별한 인연은 1990년 유통업계 최초로 롯데의 ‘지정농장’ 지정으로 이어졌다.

지정농장제는 중소업체가 생산ㆍ가공에만 전념하고 롯데가 재정지원ㆍ품질관리ㆍ직원교육 등을 맡는 시스템. 소규모 정육업체에 불과했던 동양축산이 연간 1,0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 회사 조영수(54)사장은 “영세한 축산업체들이 난립해 고기의 품질이 들쑥날쑥 했던 1980년대말 좋은 고기를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농장’을 조성하고 싶었지만 자금부족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며 “롯데가 가능성 있는 업체는 팍팍 밀어주겠다며 우리업체를 ‘지정농장’으로 지정하고 6억원을 무담보로 빌려줘 이곳에 10만평 규모의 대농장을 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광우병 파동으로 축산업체들의 줄도산이 이어졌던 2004년에도 롯데가 40% 이상의 물량을 소화해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현재 롯데는 이같은 형태의 ‘지정농장’과 ‘계약농장’ 을 전국 24곳에 확보하고 있다.

이밖에도 중소업체와의 상생을 꾀하는 롯데의 정책으로는 중소업체와 상품기획ㆍ개발을 함께하는 롯데마트의 ‘자사브랜드상품(PB) 육성책’을 꼽을 수 있다. ‘와이즐렉’(식음료ㆍ생활용품) ‘위드원’(의류) 등 PB 판매를 강화해 2002년 1,000여개 업체, 전체 매출 3%에 불과했던 PB상품의 점유율은 지난해에는 4,000여개 업체, 전체 매출 10%를 상회할 정도로 커졌다.

롯데마트에 무방부제 고춧가루, 볶음통깨 등을 납품하는 ㈜예당원은 이 정책의 수혜자. 2001년 설립된 이 업체는 기술력을 갖고 있었으나 물류비용, 마케팅비용 등에서 대기업에 맞설 수 없어 고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2003년 롯데마트와 PB 상품 계약을 맺으며 활로를 찾았다. 이 회사 김승철(43)사장은 “입점초기 월 7,000만원대였던 매출이 현재는 1억3,000만원대로 신장했다” 며 “결제를 앞당겨 농산물인 원료 대부분을 현찰로 구해야 하는 중소업체의 큰 짐을 덜어줬다”고 말했다.

롯데 백화점은 진입문턱을 낮출 수 있는 다양한 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매년 10차례 이상 상품 공개품평회를 열어 투명하게 입점업체를 선정하고 있으며 올초에는 상품본부의 홈페이지를 개선해, 바이어와 협력업체가 실시간으로 상담할 수 있도록 바꾸었다. 지난해 말 도입한 ‘챌린지 숍’ 제도는 협력업체의 위험 부담을 낮춰주는 제도. 롯데측이 중소업체들에 3주~1개월 동안 매장을 무상으로 빌려주고 입점을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롯데마트 이철우 사장은 “유통업체라는 특성상 상품을 납품하는 협력회사와의 관계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며 “앞으로는 협력회사를 한 단계가 아닌 두 단계 자세를 낮춰 모시는 자세로 상생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 "입·퇴점평가 납품업체에 투명 공개"

“집에 찾아 오시는 손님을 반갑게 맞이한다면 그 손님 또한 문을 활짝 열 것이다.” 10일 오전 만난 롯데백화점 식품가정매입 진창범(48)이사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가짐과 실천이 개인이나 기업 모두에게 경쟁의 밑바탕이 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진 이사는 먼저 바이어들의 업무 스케줄을 공개토록 했다. “우리 바이어들이 바쁜 만큼 협력업체 영업 담당자들도 바쁘다”며 바이어 위주의 업무 스케줄을 협력업체 위주로 바꿔 불편함을 덜고, 바이어 사정으로 협력업체 직원들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실천의 첫 걸음을 땐 것이다.

식품관내 챌린지숍인 ‘Today’s Taste’코너도 마련했다. 상대적으로 중소 브랜드가 많은 식품업체의 신상품 홍보는 물론 일정 기간 영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진 이사는 “솔직히 예전에는 백화점 입점은 말할 것도 없고 바이어와 상담 한번 받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였지만 지금은 과거의 얘기가 됐다”며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의 향기가 있듯이 브랜드 네임을 떠나 상식 선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가진 업체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진 이사는 백화점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투명한 거래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롯데 상품본부는 2001년 7월 자체 홈페이지를 마련, 온라인 상담과 신청, 조회 서비스가 실시간 공개해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했다.

“롯데백화점의 입ㆍ퇴점 평가시스템은 협력업체면 누구나 상담이 가능하고 투명한 거래로 윤리경영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이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협력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걸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 환경가치 경영 유통업계에 파장

롯데백화점은 2004년 4월 유통업계 최초로 ‘환경가치경영’을 선포, 국내에서 친환경 경영을 선도하고 있다. 제조업계와 달리 유통업계에선 ‘환경경영’이란 용어조차 인식이 미흡했던 상황에서 롯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전국 22개 점포망, 일평균 70만명에 이르는 입점 고객 등 롯데만의 고유한 역량과 3,000여곳의 헙력업체 네트워크 등을 고려할 때 롯데의 환경가치경영은 향후 국내 산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의 환경가치경영은 내부조직, 백화점 매장, 사회 환경 등 3대 영역에서 실천되고 있다.

우선 ‘위로부터의 참여, 안으로부터의 변화’로 대변되는 내부조직의 혁신을 꼽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지난 한해 동안 롯데백화점 전직원은 20시간 과정의 사이버 환경경영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했다. 또한 업계 최초로 국제적인 환경경영시스템 기준인 ‘ISO 14001 인증’을 추진, 지난해 12월 본점과 잠실점이 공식 인증을 받았다.

친환경 백화점의 구현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고객편의시설 등에 광촉매 등을 활동한 친환경 자재 마감은 물론, 본점 영플라자의 경우 백화점의 상징이던 외벽을 없애고 자연채광을 시도,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또한 광고전단의 친환경화는 물론 일회용 쇼핑백 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 캠페인을 전사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친환경 상품의 저변 확대를 위해 친환경 유기농산물로 자체브랜드(PB)상품인 ‘푸룸’을 비롯해 다양한 친환경상품들을 운영하고 생산이력제 도입 등 투명하고 선진화한 관리방식을 통해 친환경상품 공급에 노력하고 있다.

롯데는 이를 바탕으로 환경 운동을 사회적 이슈로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상품권 판매액의 일정액을 환경 기금화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고, 2004년 7월부터 롯데 어린이 환경학교를 설립해 현재까지 총 5기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롯데측은 2008년까지 5개년 계획을 수립, 단계별로 환경가치경영을 추진하고 올해는 ‘환경경영시스템 ISO14001’전사적으로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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