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는 노 대통령이 14일 귀국하면 바로 대통령을 찾아가 사퇴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최인호 부대변인은 13일 “노 대통령 귀국 직후인 14일 오전 10시께 이 총리가 대통령 관저로 귀국인사를 올 예정”이라며 “이 자리에서 여러 얘기가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 칩거했던 이 총리는 이날 총리실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는 등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분명한 거취를 밝히지는 않았다. 이날은 확대간부회의 석상에서 다시 한번 3ㆍ1절 골프에 대해 사과했다.
이 총리는 회의에서 “저의 사려 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에게 죄송하고, 총리실에서 열심히 일해온 간부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좀더 신중하고 사려 깊은 행동을 해야겠다고 절감했다”며 “상황이 이렇다 하더라도 현재 맡은 일을 차질 없이 진행해 국정이 잘 수행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이강진 공보수석은 “사퇴를 시사한 발언은 아니다”고 했지만, 총리실 직원들 사이에는 이 총리가 사퇴를 앞두고 함께 고생한 직원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시하고 주변을 정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다수였다.
열린우리당 주변에도 “이 총리가 ‘깨끗이 물러나겠으니 이런 입장을 당에 전해달라’고 가까운 중진에게 부탁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평소 국내 기업의 노사관리가 잘 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잘 되는 기업의 경우 노사문제는 사장이나 회장까지 보고가 들어가지 않고, 아래에서 책임지고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우리는 아래에서 책임지고 해결하는 부서가 없다”고 말했다.
총리로서 당연히 거론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보기에 따라선 자신의 골프 모임이 철도파업으로 인해 더 큰 논란을 부른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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