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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 붉히며 떠난 李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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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 붉히며 떠난 李총리

입력
2006.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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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껏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이해찬 총리는 1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가진 이임식에서 골프파문으로 불명예 퇴진을 하는 데 대한 아쉬움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이 총리는 "사회 여러 분야가 균형 있게 발전을 해야 비로소 품위 있는 선진한국이 될 수 있는데, 아직은 우리 사회가 그렇지 않은 분야가 많다"며 "때문에 여러 예상치 못한 우여곡절이 생기고, 조금만 지나면 어처구니 없었구나 하는 일들도 때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일반론적으로 짚은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동안 제기됐던 각종 의혹에 대한 불만과 억울함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총리는 또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는데 지난 열흘 동안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옷이 흠뻑 젖었다"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사려 깊지 못한 처신으로 공직자 여러분과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한 뒤 "걱정이 많았을 텐데 너그러이 이해해 준 덕분에 이렇게 웃으며 헤어질 수 있어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밝은 표정을 지으려 애썼지만, 이임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할 때는 회한이 밀려오는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임식에 참석한 100여명의 중앙부처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임식 후 청사 현관에서 손을 흔들며 떠나가는 이 총리나 박수로 보내주는 간부들 모두 쓸쓸해 보였다.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까지 비운 이 총리는 당분간 쉬면서 건강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의원직 신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장 열린우리당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 총리와 당 모두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 총리와 함께 총리실로 온 임재오 정무, 이강진 공보수석 등 측근들도 이날 오전 사표를 제출했다. 이 총리의 비서실장이었던 이기우 교육부차관도 이날 사표를 냄에 따라 정부중앙청사에 이른바 '이(李)의 남자'는 더 이상 남지 않게 됐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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