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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위의 이야기] 부모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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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위의 이야기] 부모님 얼굴

입력
2006.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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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서 시사토론이나 휴먼다큐멘터리 같은 걸 보다가 놀랄 때가 있다. 늙수그레해 보이는 출연자가 나보다 어리거나 내 또래인 것이다. 깜짝 놀라다가 ‘그래, 이제 저럴 만도 한 나이지!’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또 충격을 받는다.

요새는 확실히 통념보다 젊어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통념의 바탕이 된 부모님들 이전 세대 사람의 얼굴에는 살아온 세월과 세파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요즘은 그런 연륜을 보이는 얼굴이 드물다. 영양상태도 좋고 고생도 덜했고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이 자유로운 것도 한 이유겠지만, 이기적으로 살아서 그런 것 같다.

어머니가 작은 화랑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다. 그 화랑의 한 전시회 오프닝 파티에서 그의 부모님을 뵈었다. 신사 같은 아버지와 귀부인 같은 어머니였다.

의상도 멋졌고 교양 있는 모습이었다. 한 친구가 농담 섞어 인사치레를 했다.“어쩜 부모님이 저렇게 기품 있으시니! 우리 집에서 제일 기품 있는 사람은 난데.” ‘우리 집’이란 그 친구가 결혼하기 전 가족을 말함이었다. “나도!” 대꾸하며 같이 웃었다.

부모님께, 그리고 제 나이 먹은 얼굴의 주인들에게 삼가 고개 숙인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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