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경기지사가 13일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을 공개 비판했다. “재산 없는 사람이 정치해야 한다는 시대는 지나간 것 아닌가”라는 12일 이 시장의 발언에 대한 공박이었다.
손 지사는 이날 M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시장의 말이 와전됐거나 실언일 것”이라고 전제한 뒤 “오히려 돈으로 정치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날을 세웠다.
손 지사는 그 동안 당 노선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박근혜 대표를 우회적으로 견제한 적은 있으나 이 시장을 공격한 것은 처음이다.
손 지사는 이어 “개발의 시대, 부정축재의 시대에는 돈으로 하는 정치가 가능했겠지만 새로운 시대, 청빈의 시대에는 높은 도덕성, 즉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덕목이 지도자에게 강력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차기 대선주자들의 재산은 이 시장이 178억9,905만원으로 가장 많고, 고건 전 총리가 13억8,000만원, 박근혜 대표 11억7,648만원,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9억4,300만원, 김근태 최고위원 5억3,269만원 순이다. 손 지사는 2억9,394만원으로 가장 적다.
방미 중인 이 시장은 12일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선후보로서 재산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재산 없는 사람 보다는 재산 있는 사람이 정치하는 게 낫다. 전엔 직업도 없는 정치인이 나보다 씀씀이가 큰 것을 보았다”고 답했다.
앞서 손 지사는 11일 도청 출입기자들과의 산행에서 이해찬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고, 최연희 의원 문제엔 한나라당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정치적 발언수위를 부쩍 높였다. 그는 “국민은 아직도 최 의원을 한나라당 소속으로 생각하는 만큼 당이 마땅히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현안에 말을 아껴온 손 지사가 마침내 당내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승부 수를 띄우고 있다는 지적들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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