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의 보물찾기
권재원 글ㆍ그림
창비 1만3,000원
자상하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먼 나라의 고대 건축 유적지를 다니시며 많은 공부를 하셨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신 건축가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예은이와 사촌 동생 원도에게 유서를 남기셨다. “장례식이 끝난 다음 날 자정부터 10일째 자정까지 할아버지의 집에 감춰진 ‘도장’을 찾아라.” 도장을 찾기 위해서는 할아버지가 남긴 문제들을 풀어야 한다. 그 문제들을 풀어 도장을 찾으면 할아버지가 2년 동안 홀로 지내며 필생의 역작으로 건축하신 집을 물려받게 된다. 열흘의 시간!
수학과 친해지는 책이라는 부제가 붙은 ‘10일간의 보물찾기’는 할아버지가 감춘 보물을 찾듯 수학의 원리를 흥미롭게 깨우치도록 쓰여진 책이다. 보물을 찾기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고, 그 수수께끼들을 푸는 과정 속에 수학의 원리들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들은 어른들이 봐도 알쏭달쏭하다. 가령 작은 상자의 열쇠를 찾는, 첫 수수께끼는 이것이다. ‘우리는 사이좋은 10형제의 세 쌍둥이. 당신이 보는 것은 우리의 한 면뿐. 하지만 세상은 참으로 다양한 수많은 면’ 할아버지는 이 ‘세 쌍둥이’들을 10개의 복잡한 도형자석 속에 감춰둔다. 그것들의 모양을 살펴 똑 같은 3개를 찾아낸 뒤 입체(수많은 면)의 단면(한 면)을 상자의 홈에 끼워 맞추는 수수께끼인 것이다. 점과 선과 도형의 개념을 익히는 과정이다.
하지만 수수께끼는 산 넘어 산처럼 어렵게만 느껴진다. ‘5원소의 정원에서 황금을 찾아라’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 18개 아름다움의 비밀은 무엇인가’ ‘아르키메데스의 묘비가 불을 밝히면, 탈레스의 지팡이가 문을 두드린다’ …. 괴팍한 문제를 내셨지만, 역시 할아버지는 자상하신 분이다. 아이들이 그 알쏭달쏭한 수수께끼들의 비밀을 파고들 수 있는 힌트들을 남기신 것이다. 그러면서 예은이와 원도는 기하학과 피타고라스의 직각삼각형의 비밀을, 유클리드의 기하학의 원리들을 깨우쳐간다.
할아버지는 편지에서 이 모든 수수께끼 풀이의 과정을 ‘작은 구멍으로 큰 세상 보기’라고 하셨다. 지팡이로 피라미드의 높이를 잰 탈레스, 눈이 아니라 이성으로 도형을 바라본 유클리드, 일상의 현상에서 과학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 이들 수학자들 역시 보통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눈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들은 작은 구멍을 통해 커다란 세계를 발견한 것이다.”
디자인과 미학을 전공하고 몇 편의 그림동화책을 쓴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적지않은 시간을 수학 공부에 쏟은 듯하다. 그런 뒤에 이렇게 말한다. “수학을 어렵게 느끼는 것은 작은 구멍으로 큰 세상을 보는 원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과연 예은이와 원도는 할아버지가 남긴 모든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까. 모든 문제를 푼 뒤에 감춰진 ‘도장’을 찾고, 할아버지의 보물- 수수께끼의 집을 물려받게 될까.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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