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인 의미의 문화는 3가지 요소로 구성되어진다. 인식과 행위 그리고 물질이다. 인식이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여기에서 행위적인 면과 물질적인 면이 파생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기형적인 문화형태가 곧잘 나타난다. 즉 정신적인 면이 무시되는 행위와 물질의 추구가 자주 문화의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것이다.
한류는 문화의 전파다. 따라서 여러 문화권에서 한국인들의 인식의 세계에서 파생되는 행위와 물질에 호감과 관심을 갖고, 한민족의 정신세계를 인정하고 수용한다는 것이 본질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아니 시작부터 한류에 관련된 모든 것은 물질적인 잣대와 자민족중심주의로 평가되고 포장되었다. “경제 유발효과 몇 백억…” 하면서 모든 문화현상이 물질로 서열이 정해졌고, “우리의 문화가 일본을 점령했다”느니 우리 민족문화가 전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느니 하면서 기형적 흐름이 점점 그 정도를 더해갔다.
여기서 냉철하게 ‘한류’의 본질을 짚어봐야 한다. 그리고 문화 전파의 궁극적인 결과도 생각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유네스코가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을 강조하며 공존의식을 주창하고 있듯이, 인류역사는 항상 물질보다는 정신적인 면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한류에 대한 가장 커다란 오류는 우리에게 자극적이고 자존심을 내세워주며 물질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부분에만 귀를 열고 그것이 전부인 줄 안다는 것이다. 2년 전 대만 정부기관이 주최한 몽골 관련 학회 발표에서 필자는 어머니와 함께 2시간을 차로 달려온 고교남학생인 이른바 하한주(哈韓族ㆍ한류 추종자들)를 만났다. 필자는 한국 여배우나 가수들에 관한 질문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그리 반갑게 맞이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고등학생이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은, 한민족의 시조는? 한국 사람들의 대만이나 중국대륙에 대한 생각은? 한국 고등학생들의 가치관은? 한국인의 부지런함은 어디서? 등등의 포괄적인 ‘한국학’이었다. 이 경험은 한류의 본질인 문화 전파를 다시 생각하게 하였다.
초기에 한국의 대중문화를 접한 주변 민족들은 한국문화의 ‘보여지는 행위’를 통해서 관심을 갖게 되지만, 한국문화에 대한 호감은 좀더 내면적인 정신세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한류스타들 중 몇몇은 현지의 고아원을 방문하는 등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현지인들의 인식에 한국문화의 포용력을 강하게 심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한류스타들은 현지 방문에서 오만함과 과잉경호 등을 통해 오히려 한국문화를 독단적이고 안하무인 격으로 만들어 버린다.
한국 연예인의 브로마이드 한 장을 구입하기 위해 추운 겨울에 식당에서 찬물로 접시를 닦는 아르바이트를 한 달간 해야 하는 몽골의 청소년들에게 한류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류는 문화의 전파다. 문화에서는 정신적인 면이 중심이다. 한류를 통해 한국문화의 내면적인 장점이 전달되고, 그것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더불어 삶’과 연결되어져야 하는 것이 한류의 본질이어야 한다.
필자의 유학시절 독일 외무성을 견학했을 때 독일의 제3세계에 대한 외교정책의 모토는 “지구상에서 그 어느 한쪽(선진국)도 다른 반쪽(저개발 및 개발도상국) 없이 절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강한 공존의식이었다.
우리문화가 최고이며 가장 좋은 상품이라는 한류의 저급한 민족주의와 상업주의를 바라보는 요즘 유난히 그 모토가 자주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김선호ㆍ부산외대 국제통상지역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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