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이해찬 총리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3ㆍ1절 내기 골프, 그린피 대납, 황제골프 등 새로운 사실이 속속 확인되면서 더 이상 이 총리를 감쌀 수 없다는 판단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총리가 국정을 수행하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 “더 이상 버티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그 동안 총리 거취에 조심스럽고, 정제된 태도를 취한 것과 아주 다른 분위기다. 정 의장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당의 중론이 이같이 모아질 경우 이를 그대로 대통령에게 전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 원내 대표단이 11일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총리 골프파문에 대한 여론수렴에서도 이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도부의 입장정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2일 국회 당 의장실에서 열린 긴급 지도부회의에 참석한 한 최고위원은 회의에 앞서 “지역여론이나 소속 의원들의 다수가 총리 사퇴 의견이었다”며 “최선의 수습방안이 뭔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퇴는 기정사실이고, 사퇴의 적절한 모양새와 사퇴에 따른 파장 축소방안을 모색하는 단계에 들어서 있다는 뜻이다.
여기엔 물론 더 시간을 끌다가는 지방선거는 물론 참여정부 국정운영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이와 함께 당초 총리 사퇴에 부정적 입장이던 김근태계나 친노 진영의 기류변화도 완연하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상황이 변한 것 같다”고 입장변화를 시사했다.
친노 진영의 핵심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새로운 총리를 내세우는 게 정국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부적절한 처신이긴 하나, 사퇴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던 친노 진영의 생각도 바뀌고 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당에는 이 총리의 부적절한 골프회동이 각종 의혹을 양산하고, 필요 이상의 가혹한 비판을 부르고 있는 것은 이 총리 개인에 대한 심각한 민심이반 때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역시 이 총리 퇴진론의 논거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당은 공개적 사퇴요구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당이 “총리 거취는 대통령이 종합적 판단 후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겠다는 뜻과 함께 이를 둘러싼 당청간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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