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고 건강해진 줄 알았더니 감량을 너무 많이 해 문제된 것 아냐?” “그러게 40대 되면 운동 조심해야 한다니까.” 11일 코미디언 김형곤씨가 헬스 클럽에서 운동 후 숨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중년들사이에 돌연사 공포가 밀려오고 있다. 12일 서울에서 열린 한 마라톤대회 참가자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혼수상태다. 주말 가족 식사 나 운동 동호회 모임마다 40대, 50대들은 운동, 다이어트, 심근경색 등을 얘기하며 건강에 대한 걱정을 털어 놓았다.
"운동하기도 겁나네요"
41세 회사원 최모씨는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와 평일엔 매일 헬스클럽을 다니고 주말엔 등산을 하고 있다”며 “김씨의 죽음을 접하고 나니 내가 운동을 적절하게 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겠다”고 말했다. 송모(42)씨는 “오히려 운동하기가 더 겁이 난다”며 “주 2회 러닝머신에서 달리기를 하지만 앞으로는 속도를 높이거나 시간을 늘리고 싶은 욕구를 자제하는 데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46)씨는 “암 보험만 든 상태였는데 심장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과 사망까지 커버하는 보험으로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제까지도 멀쩡했는데"
중년들의 돌연사에는 “한창 나이에,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다가”라는 충격이 보태진다. 최근 마라톤 열풍 이후 지난해에는 2월 밀양, 4월 전주, 9월 경남, 10월 서울에서 잇따라 마라톤대회 참가자가 숨을 거두었다. 지난해 9월 43세의 한 일간지 기자도 오전 운동 후 쓰러져 숨졌다. 모두 심근경색 즉 피떡이 심장 혈관을 막아 심장근육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고 멈추어 일어난 사망이었다.
헬스클럽에서 달리기 후 쓰러진 김씨도 심근경색 가능성이 높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권현철 교수는 “김씨의 경우 체중감량이 건강에 크게 도움을 주었을 것이나 살을 빼기 전 이미 동맥경화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형성돼 있던 동맥경화반(기름세포)이 운동으로 파열되면서 심근경색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운동 전 음주 과로 야근 등은 심장에 무리를 준다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스트레스가 기름 붓는다
김씨는 기러기 아빠 생활에 미국 카네기홀 공연을 앞두고 있는 등 스트레스와 과로가 심한 상태였던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성낙합(57) 서울 중구청장과 지난해 추석연휴 특별근무기간 이상호(56) 서울 중부소방서장의 순직도 과로 끝에 심장질환이 온 경우였다. 권 교수는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늘면 치사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다”며 “스트레스, 특히 분노 적개심 같은 부정적이고 강렬한 감정, 아침 급격한 운동 등을 피하라”고 지적했다.
전문의들은 김씨가 화장실에서 쓰러진 것으로 보아 뇌동맥류가 파열돼 사망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 뇌 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가 고혈압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되는 것이다. 흔히 화장실에서 힘을 주다 사망하는 것으로, 고혈압인 경우 주의해야 한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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