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의 3ㆍ1절 골프가 경기의 지장을 받지 않도록 앞뒤 팀을 비우고 라운딩하는 이른바 ‘황제 골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총리를 제외한 다른 참석자들의 그린 피(골프 비용)는 동행한 사업가 한명이 일괄 계산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나라당 이해찬 총리골프 모임 진상조사단장인 유기준 의원은 12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유 의원은 “이는 모두 이 총리 등이 골프를 친 부산 아시아드CC 최인섭 사장과 골프장 관계자들, 당시 손님 등에게서 확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의원에 따르면 이 총리 일행은 1일 오전9시20분께 첫 티업을 했다. 골프장 규정상 1부 마지막 티업 시간은 9시이지만, 최 사장은 앞 팀과 간격을 두기 위해 규정을 벗어나 20분 늦게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 1,2 홀은 내기 없이 하다 강병준 부산방송 회장이 40만원을 캐디에게 준 뒤 2인 1조로 나눠 이긴 팀이 상금을 타는 일명 라스베이거스 방식으로 내기골프가 진행됐다.
총 27홀, 3개 코스가 있는 이 골프장은 레이크 코스가 끝나면 벨리 코스로 이동해야 하나, 다른 팀이 밀려있어 이 총리 등은 골프장측 배려로 파인코스로 바로 이동했다.
그린 피는 이 총리를 뺀 나머지 참석자들의 비용은 함께 골프를 친 기업인 중 1명이 카드로 계산했다고 유 의원은 전했다. 한나라당은 그린 피와 골프 카트 비 등 160여 만원의 금액을 강 회장이 지불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이 총리의 그린 피는 최 사장이 회원대우로 대신 내주고 다른 참석자는 각자 계산했다”는 7일 이기우 교육부 차관의 설명과 다르다. 이 차관의 거짓말 의혹이 하나 더 보태지는 증언이다.
골프가 끝난 뒤 이 총리가 속한 조의 카트에 8만원이 남아서 골프장 측에서 이 총리에게 줬더니 “그건 내 돈이 아니니 캐디에게 주라”고 해 캐디 2명이 나눠 가졌다.
유 의원은 이어 “골프 후 목욕탕 이용도 다른 손님들을 모두 내보낸 뒤 이 총리 일행만 사용토록 하는 대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먼저 목욕 있던 한 손님의 경우 골프장 측에서 VIP가 뒤에 오니 빨리 끝내달라는 부탁을 받고 화를 내며 목욕비는 계산에서 제외하라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보통 20개 팀이 이용하는 이 골프장에 이날은 16개 팀만 예약을 받은 점도 ‘황제골프’를 위한 사전 조치라고 유 의원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 사장은 “총리 일행의 티업이 오전 9시로 예약돼 있었지만 도착이 늦어져 티업이 늦어졌고, 당시 손님들이 많지 않아 전체적으로 여유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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