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10년 만에 좌_우, 보수파_개혁파 간 이념 대결이 불붙고 있다. 5일 개막된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10기 4차 회의에서 성장 노선이 보수파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베이징(北京) 소식통들은 12일 지난해 8월 마련된 사유재산보호법(물권법) 초안이 이번 전인대에서 처리되지 못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전했다. 도농ㆍ빈부 격차 확대 등을 신랄히 비판하는 보수파의 반발로 인해 법률안이 상정조차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개인이나 법인이 합법 취득한 재산을 국가가 보호한다는 내용의 초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는 것은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보수파가 지금껏 “ 초안은 자본주의 법률을 그대로 베낀 것이고, 부자의 고급차량과 거지의 지팡이를 동등히 보장하는 법률”이라고 맹비난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보수파의 판정승이라 할 수 있다.
보수파의 논리는 사회양극화, 부패, 의료 교육 주택비 앙등 등의 문제가 심화하면서 대중과 중간계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현재 중국 도농 간 소득격차는 3.3대1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고, 부패, 공해, 토지 착취, 공금 횡령 등은 중국사회의 주요 불안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류쿼탕 전 사회과학원 부원장 등 좌파들은 지난 여름부터 “시장경제 법률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주의 정신을 강조하지 않으면 중국의 경제는 사회주의적 시장경제가 아닌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된다”고 경고해 왔다. 이들은 저우샤오촨(周小泉) 인민은행장 등 개혁파 인사들을 표적 공격하고 있다.
보수파 약진의 배경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도 한몫 하고 있다. 외신들은 2002년 집권 이후 좌파 성향의 인사를 중요하고, 마오이즘을 높이 평가해온 후 주석이 보수파의 입지를 보장해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후 주석과 중국 공산당이 왼쪽으로 회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후 주석은 지난 주 “중국은 흔들리지 않고 경제개혁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계간지 '차이나 이코노믹 쿼터리’의 아서 크뢰버 편집장이 “오른쪽으로 갈지 왼쪽으로 갈지를 결정하는 싸움이 1990년대 논쟁이라면 이번 논쟁은 속도를 다루는 싸움”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뉴욕타임스는 12일 “논쟁의 배경인 부패, 농민토지 착취 등 사회불안 요인들은 시장경제가 아닌 중국의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에서 기인하고 있지만 좌파들은 이를 오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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