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이 밝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이 13일 오후 1시(한국시간) 애너하임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멕시코와 양보할 수 없는 본선 첫 경기를 벌인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미국(14일), ‘숙적의 라이벌’ 일본(16일)과의 어려운 경기를 남겨 두고 있는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반드시 첫 판을 잡아야 4강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
멕시코 사냥의 선봉에는 ‘컨트롤 아티스트’ 서재응(29ㆍLA 다저스)이 나선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12일 저녁 재미야구협회가 주관한 환영만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서재응의 선발 등판을 예고했다.
김 감독은 일찌감치 서재응을 멕시코전 선발로 내정할 만큼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공격적인 메이저리그 스타일의 멕시코 타자들을 상대하는 데는 제구력과 변화구가 좋은 서재응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서재응은 지난 3일 본선 진출의 최대 분수령이었던 대만전에 선발 등판, 3과3분의2이닝 동안 2피안타 탈삼진 3개 무실점의 호투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9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평가전에서도 3회부터 두 번째 투수로 등판, 3이닝 2피안타 1실점의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보였다. 본선에서는 한 경기 투구수 제한이 최대 80개로 늘어난다는 점도 서재응에게는 마운드 운용에서 한결 여유를 갖게 한다.
서재응과 선발 맞대결을 벌일 상대는 멕시코 우완 로드리고 로페스(31ㆍ볼티모어 오리올스)다. 지난 2000년 빅리그에 데뷔한 로페스는 통산 51승을 거둔 기교파 투수. 직구 최고 구속은 141~142㎞ 정도에 그치지만 볼 끝과 컨트롤이 좋다는 점에서 서재응과 닮은 꼴이다. 로페스는 지난 8일 미국전에서는 비록 패전 투수가 됐지만 4이닝 3피안타 1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지난 해 방어율(4.90)에서 나타나듯 한국 타선이 전혀 못 넘을 벽은 아니다. 특히 왼손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2할8푼8리에 달하는 만큼 이승엽, 최희섭, 이병규 등 좌타자들의 활약이 요구된다.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투수로 자리 잡은 로페스는 그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서재응과는 맞대결 기회가 없었다.
김인식 감독은 “멕시코전을 반드시 잡기 위해서 총력전을 펼칠 것이다. 선발 서재응에 이어 박찬호(샌디에이고) 김병현(콜로라도) 등 해외파 투수들을 총동원, 꼭 승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필승의 출사표를 던졌다.
애너하임=이승택 기자 lst@hk.co.kr
■ 허구연의 예상평/ 양팀‘ML마운드’ 팽팽할듯
멕시코는 타선 보다는 투수진이 강한 팀이다. 실제로 예선 3경기를 치르는 동안 7점만을 내주는 안정적인 마운드 운용을 보였다. 특히 강점은 좌우 컴비네이션이 잘 이뤄진 불펜진이다. 오른손 릴리프는 데이비드 코르테스와 엘머 드센스, 루이스 아얄라가 있고 왼손은 올리버 페레스, 리카르도 린콘, 호르헤 델라로사 등 모두 메이저리거 출신의 베테랑들이 포진해 있다.
좋은 불펜 투수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상대 타자의 유형에 따라 오른손과 왼손을 잇따라 투입하는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점수를 뽑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선발 등판하는 우완 로드리고 로페스는 직구 최고 구속은 140㎞대 중반으로 빠르지 않지만 볼 끝의 움직임과 컨트롤이 좋다.
내야도 애드리안 곤살레스(1루) 호르헤 칸투(2루) 후안 카스트로(유격수) 비니 카스티야(3루) 등 모두 메이저리그 선수들이다. 그만큼 수비가 상당히 안정돼 있다. 특히 칸투는 예선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쳐낼 만큼 방망이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요주의 대상이다. 내야에 비해 외야는 다소 약한 편이다. 중견수 겸 톱 타자를 맡는 카림 가르시아를 제외하곤 모두 마이너리거다. 더욱이 가르시아는 캐나다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출전이 불투명하다.
멕시코가 강한 팀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 마운드에도 선발 서재응을 비롯, 박찬호 김병현 등 메이저리거들이 있기 때문에 전혀 밀릴 게 없다. 결국 타자들이 몇 점을 뽑아주느냐가 관건이다. 좋은 승부를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
대표팀 전력분석 위원 겸 MBC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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