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영화 ‘옌틀’의 주제곡 ‘Papa, can you hear me’의 서정적인 음률에 맞춰 김연아(16ㆍ군포 수리고)가 은반 위를 나비처럼 날아다녔다.
트리플 점프(공중3회전)를 7차례나 성공시킨 김연아가 왼발을 등 뒤로 올리는 ‘비엘만 자세’을 연기할 때는 한 마리의 고고한 학을 연상시켰다.
10일(한국시간) 2006세계주니어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여자 프리스케이팅이 열린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장내 아나운서가 김연아의 점수(116.68점)를 발표하자 김연아는 우승을 직감한 듯 태극기를 흔들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 김현석(49)씨에게 ‘아빠, 내가 우승한다는 소리 들었죠’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김연아의 환상적인 연기 뒤에 나선 마지막 주자 아사다 마오(16ㆍ일본)는 연기 시작부터 공중 3회전에 실패한 끝에 97.25점을 받는 데 그쳤다. 이로써 김연아는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에서 얻은 60.86점을 포함해 총점 177.54점으로 숙적 아사다(153.35점)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사공경원 KBS 해설위원은 “아사다는 지난 11월 성인무대인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할 정도로 정상급 선수”라면서 “김연아와 아사다가 펼치는 기술이 성인 정상급 선수와 차이가 없는 만큼 미국의 사샤 코헨(22)과 함께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다툴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피겨 여왕’에 등극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빙상연맹은 해외 유명 지도자를 영입하거나 김연아를 피겨 강국 러시아나 미국에 유학시키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김연아는 오는 5월 미국 전지훈련을 떠난다. 여자 선수가 구사할 수 있는 최고 난이도 기술인 트리플 악셀(3.5바퀴 회전)을 연습하면서 유명 안무가로부터 안무도 사사 받을 예정이다.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48) 씨는 “김세열 코치와 상의한 뒤 9월부터 시작하는 2006~07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연아는 오는 14일 오후 4시15분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