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먹어도 줄지 않고, 먹는 사람의 상상에 따라 자유자재로 모양이 바뀌는 푸딩이 있다면? 엄마 몰래 먹어도 티가 나지 않는 맛있는 간식거리는 모든 어린이들의 꿈일 것이다. ‘마법’과 ‘푸딩’, 어른들 머리로는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 조합이지만, ‘마법푸딩’은 음식에 대한 아이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맘껏 자극하는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주인공 코알라는 우연히 마법푸딩을 손에 넣은 선원 빌, 펭귄 샘과 어울려 세상 구경에 나선다. 그러던 어느날 푸딩을 호시탐탐 노리던 주머니쥐와 오소리 일당에게 푸딩을 도둑맞는다. 악당들은 소방수로 변장해 푸딩을 훔치기도 하고 코알라 일행의 머리 위에 자루를 뒤집어씌우는 방법도 동원한다.
코알라 일행은 결국 푸딩을 도둑맞지만, 절망에 빠지지는 않는다. 서로 으르렁대고 다투다가도, 금세 친해져 재미난 이야기와 노래를 들려주며 어려움을 이겨낸다. 도둑들의 음모로 법정에까지 서게 되지만, 코알라의 기지로 푸딩을 되찾는다.
‘마법푸딩’은 오스트레일리아의 화가이자 작가인 노먼 린지가 1918년에 쓴 그림책이다. 당장 책 밖으로 뛰어나올 것처럼 활기차고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이 100여 컷이나 실려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동화작가 필립 풀먼이 “‘마법푸딩’은 역사상 가장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나는 50년 동안 이 책을 읽으면서 웃었고, 오늘 아침에도 또 읽으면서 전과 다름없이 웃었다. 이 책은 90여년 전에 씌어졌지만, 어제 씌어졌다고 해도 될 만큼 표현이 신선하고 활기차다”고 했듯이, 톡톡 튀는 표현과 생생한 유머가 가득하다.
특히 등장인물들은 기쁘거나 화가 날 때마다 동료에게 노래를 들려주거나 시를 읊는데, 흥이 절로 날 만큼 운율이 재미있다. 이런 식이다. “먹어라. 씹어라. 우적우적 씹어 먹어라. 게걸스럽게 먹어라. 주둥이까지 음식으로 꽉 차기 전에는 식탁을 떠나지 마라.”(마법푸딩이 자신을 맛있게 먹는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노래) 우리나라 최고의 번역가로 꼽히는 김석희씨가 옮겼다. 대상은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지만, 청소년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