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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인터넷서 마수 뻗친다

입력
2006.03.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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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8일 모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 검색창에 ‘도리도리(마약 일종인 엑스터시의 은어)’라고 치자 ‘XX의 나라’라는 카페가 나타난다. 2월초 개설됐고 회원수는 18명. 카페에 들어가자 “‘작대기(히로뽕의 은어)’만 취급합니다. 샘플확인 검증가능”이라는 문구와 이메일이 보인다.

‘작대기를 사고 싶다’는 메일을 보내자 이틀 뒤 전화번호를 남기라는 간단한 답변이 돌아왔다. 휴대폰 번호를 보낸 이틀 뒤 한 남자가 전화를 걸어 “한잔거리(1회 투여 분량)를 택배로 보내줄 테니 확인해보고 맘에 들면 돈을 입금하라”며 계좌번호를 알려주고는 다급하게 끊었다.

아직도 ‘마약’ 하면 ‘으슥한 밤거리에서 무언가를 주고받는 남자들’을 떠올린다면 착각이다. 인터넷으로 세계는 좁아졌고 마약도 손만 뻗으면 어렵지 않게 닿을 거리까지 왔다. 조직폭력배, 유흥업소 종사자 등이었던 고객층은 주부 고교생 등으로 외연을 크게 넓혔다.

임산부 S씨는 인터넷 카페에서 히로뽕을 판다는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2차례 구입해 복용했다가 지난해초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검거된 복용자 중에는 고교생, 결혼자금까지 마약구입비로 탕진한 30대 예비신랑도 포함돼 있었다.

클럽을 통한 마약 유통도 증가세다. 일부 유학생이나 외국인들이 여행 짐 속에 대마초를 갖고 들어와 지인들과 함께 즐기거나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부유층 자녀들이 서울 강남지역의 고급클럽에서 마약을 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해외 유학이 늘어나면서 외국에서 생활하던 학생들의 상담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2년 1만673명이던 국내 마약사범은 2003년 이후 7,0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마약 중독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30만~50만명으로 추정한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고교생들이 마약을 한다는 첩보가 종종 들어올 정도로 사회 저변에 마약이 확산된 상태”라며 “혐오감을 없애기 위해 마약을 주사기가 아닌 알약이나 캡슐 형태로 유통시키는 등 마약 조직의 ‘고객 서비스’도 교묘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마약 유통에는 인터넷이 큰 몫을 한다. 중국 등 해외 마약 판매상은 국내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열고 손님을 모은다. 인터넷 휴대폰(대포폰) 통장(대포통장)으로 신원을 철저히 감춰 추적이 쉽지 않다.

포털 측은 ‘작대기’ 등 마약 관련 은어를 금칙어로 정해 찾을 수 없도록 하지만 완벽한 차단은 역부족이다. 엑스터시를 뜻하는 ‘도리도리’는 육아정보 카페명으로도 쓰여 금지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물건은 국제우편이나 택배로 보내준다. 지난해 관세청이 적발한 마약 중 63%가 국제우편과 택배를 이용했다. 2003년만 해도 여행자로 위장해 공항이나 항만으로 밀반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 카페보다 적발이 더 힘든 스팸메일이 활용되기도 한다. 불특정다수에게 “최음제를 판다”고 광고한 뒤 ‘물에 녹인 히로뽕’을 보내주는 식이다. 히로뽕이 환각 작용을 한다는 점을 악용해 마약 중독의 길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90%는 히로뽕이었지만 지금은 20여 종류가 유통돼 수사당국을 힘들게 한다. 공부 잘하는 약, 살 빼는 약으로 둔갑한 마약도 있다. 일부 마약 유사성분은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허점도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전통마약 사용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환각작용을 유발하는 합성마약 사용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약물 관련 정보가 입수되는 대로 즉각 마약류로 지정해 남용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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