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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분노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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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분노의 시대'

입력
2006.03.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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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 등으로 한국에도 친근한 일본의 인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ㆍ47ㆍ사진)가 최근 화가 단단히 났다. 예전에 출판사로 보냈던 자필 원고가 편집자에 의해 무단으로 빼돌려져 고가로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그가 ‘분게이??쥬(文藝春秋)’ 4월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편집자의 생과 사’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1980년대에 출판사에 보낸 자신의 원고 중 다량이 고서점과 인터넷 경매 등에 나와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비싼 것은 100만엔(약 840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다고 분개했다.

하루키는 “(편집자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며 “명백하게 직업적인 양식을 저버린 것이고, 법적으로도 도둑 판매에 해당한다”고 비난했다. 인터넷 경매에서 자신의 원고를 다시 사들이려 했지만 실패했다는 그는 “사태가 진정되리라고 생각해 침묵했지만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고, 나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글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88년 이후로는 컴퓨터로 작품을 쓰고 있다.

하루키의 폭로 글은 일본 출판계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자필 원고도 외부에서 무단으로 거래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문예저작권센터는 고서점에 나와 있는 저명한 작가의 원고는 대부분 무단 유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일본 출판계 관행은 자필 원고를 작가에게 돌려주는 것이지만 이전에는 일정한 원칙이 없었다.

문제의 편집자는 이미 2002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사 규정상 작가들의 자필 원고는 창고에 보관하게 돼 있지만 이 편집자는 다수의 원고를 집으로 가져가 사망하기 전까지 고서점에 팔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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