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민주화운동에 연루됐다가 해직됐던 옛 한일은행(현 우리은행) 직원이 교수 직을 버리고 무려 24년 만에 복직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종열(55ㆍ사진) 전 경기대 사회교육원 교수는 지난달 초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우리은행에 다시 채용돼 현재 본점 준법지원실 조사역(부장급)으로 발령이 난 상태다. 정씨는 10일 “부당한 해직을 바로잡아 민주화에 작은 이정표를 세우고자 지난달 경기대에 사표를 내고 옛 직장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광주상고를 졸업하고 11년간 은행에 다니던 그는 1982년 당시 한일은행 서울 돈암동지점 대리로 근무하던 중 광주 미국문화원 방화 사건 관련자인 친척의 도피를 도와줬다가 보안사령부에 연행돼 2박3일간 모진 고문을 당한 후 범인은닉 혐의로 구속됐다.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은행이 복직을 거부하자 35세의 나이에 경기대 법학과에 진학, 수석 졸업했고 한양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91년부터 강단에 서 왔다.
하지만 그에겐 아직 일할 책상조차 없는 상태. 은행측은 “정씨와 같은 51년생 직원들이 올해로 임금피크제 대상군에 들어 직책 재조정이 끝나는 5월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씨의 말은 다르다.“2004년 12월 복직 권고가 났는데도 은행측이 거부하다가 지난해 재권고까지 나자 명예퇴직 대상이 된 올해에야 복직시켰다”는 것. 정씨는 “은행측은 ‘5월말까지 마땅한 직책이 주어지지 않으면 퇴직한다’는 사직서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전공을 살려 은행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다”며 “복직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금하고 있는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실질적인 복직이 되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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