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한국시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훈련이 벌어진 애리조나 피오리아 구장. 훈련을 마친 ‘코리안 특급’ 박찬호(33ㆍ샌디에이고)가 짐을 챙겨 운동장을 빠져나가는 순간 40대 백인 중년 부부가 다가와 사인을 부탁했다.
발길을 멈추고 공에 사인을 하던 박찬호는 부부의 두 딸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이들의 입에서는 영어가 흘러 나왔지만 분명 한국인의 얼굴이었다. 옷에는 태극기와 ‘KOREA’라는 문구가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바로 미국인 부부가 한국에서 입양한 아이들이었다. 사연을 전해 들은 박찬호는 활짝 웃으며 아이들과 일일이 입맞춤을 한 뒤 이들 가족과 함께 ‘김치~’를 외치며 기념 촬영까지 했다.
데이비드 샐로-캐리 샐로 부부가 큰 딸 알렉산드라(6ㆍ한국명 진경)와 작은 딸 클로이(2ㆍ한국명 예린)를 가족으로 맞은 것은 지난 2000년과 2004년. 평소 아시아를 동경하던 남편 데이비드 샐로씨가 직접 한국까지 찾아와 아이들을 데려왔다. 양엄마 캐리 샐로씨는 “아이들을 입양한 이후 한국을 더 좋아하게 됐다. 한국과 일본전이 열린 지난 5일에는 새벽 2시에 일어나 경기를 지켜봤다”며 “WBC 본선에서도 미국과 맞붙게 된다면 당연히 한국을 응원할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캐리씨는 또 “박찬호는 다저스 시절부터 가장 좋아하던 선수였다. 애리조나에서 뛰었던 BK(김병현의 애칭)도 잘 알고 있다”며 “오늘 박찬호 선수가 여기에 온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들을 만나게 해주려고 구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박찬호가 한국인 입양아 소녀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선물’을 안겨준 하루였다.
애리조나=글ㆍ사진 이승택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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