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하면서 잔을 부딪힐 때 빛이 나고 멋진 음향이 흐르면 얼마나 낭만적이겠어요.” 멀리 떨어져 있는 연인들이 가상 키스를 하며 서로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연인의 잔’을 재미 유학생이 개발해 화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에 유학중인 정혜민(26ㆍ사진)씨는 동료 유학생들이 고국에 두고 온 연인을 그리워하는 것을 보고 도와줄 방법을 찾던 중 연구실 동료인 대만 출신 재키 리(27)씨와 함께 ‘연인의 잔’을 개발했다.
평범한 유리잔에 발광소자와 용액, 촉감 센서, 흔들림 센서, 티 모트(T-mote) 등을 장착한 이 잔은 무선주파를 이용해 한 쪽에서 잔을 집어들면 다른 쪽 잔에도 부드러운 붉은 빛이 나고, 한 사람이 잔을 입에 대면 다른 사람의 잔에 밝은 흰 빛이 나도록 돼 있다. 무선 모듈을 단 컴퓨터를 인터넷에 연결하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거리에 상관없이 작동된다.
정씨의 발명은 ‘뉴 사이언티스트’ 최신호를 통해 알려진 뒤 전세계에서 자료와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등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씨는 부부 과학자인 국방과학연구소 정두수 박사, 정광화 표준과학연구원장의 둘째 딸. 현재 석사 논문을 준비 중인 그는 “아직 학생이라 ‘연인의 잔’을 상업화할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며 “하지만 특허 신청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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