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에 감염된 20대 남성이 이를 숨기고 인터넷을 통해 만난 동성애자 남성 7명과 성관계를 가졌다. 보건 당국은 2년 간 이어진 에이즈 감염자의 충격적인 범죄행각에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동성애자 A(24)씨가 에이즈 감염자로 판명난 것은 2002년 가을. 몸 상태가 좋지 않고 평소보다 피곤함을 느껴 인천의 한 보건소를 스스로 찾은 A씨는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검진 결과를 통보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 A씨는 친척집을 나와 일용직으로 일하던 경비직도 그만두고 노숙자 쉼터를 전전했다. 그러던 중 A씨는 2004년 3월 인천의 한 PC방에서 인터넷 사이트의 동성애 전용카페에 접속, 20대 남성과 대화를 나눴고 급기야 만남으로 이어졌다.
A씨는 오랜만에 파트너를 만나자 성적 욕망을 더 이상 참지 못했고 결국 모텔로 가서 함께 잠을 잤다. 그는 이후 최근까지 모두 7명의 남성을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만나 성관계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상대방에게 자신이 에이즈 감염자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겼으며, 피임기구인 콘돔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인천경찰청은 온라인 성매매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A씨를 검거, 10일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2명과 직접적인 성관계를 하고 5명과는 애무 등 신체적 접촉만 있었다”며 “이를 대가로 돈을 주고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에이즈에 걸린 것을 알면서도 동성애자들과 버젓이 성관계를 가진 이유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자신이 에이즈 감염자라는 사실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이 같은 무분별한 행동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에 따르면 에이즈 감염자의 관리는 각 지자체의 보건소가 전담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보건소 직원이 에이즈 감염자와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보건관리를 하도록 의무화 돼 있지 않아 감염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통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또 에이즈 감염자가 이사 등으로 주소지를 옮기더라도 전입 지자체 보건소에 자신이 직접 에이즈 감염자라는 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면 행정당국에서 감염자의 행방을 찾을 수 없다.
경찰은 A씨와 성관계를 가진 남성들에 대해 에이즈 검사를 받게 하는 한편, 성관계 남성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송원영 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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