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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금리인상 전엔 '찻잔속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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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금리인상 전엔 '찻잔속 태풍'

입력
2006.03.1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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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앙은행이 5년간 고집해왔던 ‘무제한 통화확대(양적 완화)정책’의 종료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일본경제와 여전히 ‘동조화(coupling)’관계를 갖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을 쪽은 원화 환율이며, 그 ??향은 ‘달러화에 대한 강세, 엔화에 대한 약세’로 나타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일단 ‘당장의 충격은 없다’는 것이 정설.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정책 포기가 바로 금리인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향후 정책기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시장이 쇼크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 중단을 선언한 9일 국내외 금융시장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소폭 약세(달러당 117.86엔→118.21엔)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상반기든 하반기든 일본은행이 제로금리에서 탈출, 실제 금리인상에 나선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초점은 환율. 일본의 금리인상은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의 상승(달러가치의 하락)을 초래하고, 원화 역시 달러화에 대해 상대적 강세를 띨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력’을 받고 있는 원ㆍ달러 환율에 또 하나의 하락압력이 작용하는 셈이다.

물론 일본이 급격한 금리행진에 돌입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엔화가 일시에 강세로 전환된다거나, 원ㆍ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흐름이다.

한 외환딜러는 “현재 환율에 일본은행의 정책기조변화 요인이 이미 반영되어 있어 당분간은 별 변동이 없겠지만 금리인상이 단행된다면 중장기적 원ㆍ달러 환율의 방향은 아래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엔화의 강세만큼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하락(원ㆍ엔 환율 상승) 요인이 생긴다. 원ㆍ엔 환율은 지난해 오랜 ‘10대 1(100엔=1,000원)’의 공식이 무너진 이래 현재 800원대 초반까지 추락한 상황. 한국은행 고용수 아주경제팀장은 “중장기적으로 엔화가 강해진다면 과도하게 하락한 원ㆍ엔 환율도 어느 정도 바로 잡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하반기 이후 급팽창했던 엔화대출도 주춤해질 것이 확실시된다. 엔화대출은 국내 이자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연 2.6~2.7%의 저금리 매력을 바탕으로 국내 중소기업과 병원 등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 6월말 86억3,000천만 달러에서 연말엔 99억4,000억 달러로 늘어났다. 현재는 1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6개월 동안에만 13억 달러, 무려 1조2,000억원이나 폭증한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여전히 국내금리보다는 낮기 때문에 엔화대출의 매력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환차손 우려가 있는 만큼 엔화대출 증가세는 둔화하고 이미 이뤄진 대출도 옵션거래 등을 통해 원화대출로 갈아타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그 동안 값싼 엔화자금을 빌려 다른 통화나 상품(원유 원자재) 등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한꺼번에 일본으로 회귀, 전 세계 금융ㆍ상품시장에 대충격이 올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내놓고 있다. 이 경우 우리나라에도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지만, ‘가능성이 낮은 가설’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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