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 사퇴 논란으로까지 확산된 골프모임이 있었던 3ㆍ1절 아침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CC. 이 총리, 정순택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강병중 부산방송 회장,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이 오전 10시 한조를 이뤄 먼저 출발했다.
밀가루 값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를 앞두고 있던 류 회장은 이날 따라 유독 이 총리와 친근한 모습이었다.
이어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 이삼근 ㈜남청 대표, 목연수 부경대 총장이 같은 조로 골프를 시작했다.
강 회장 등의 해명에 따르면 이 총리 조에서는 강 회장이 40만원을 캐디에게 맡기고 2인1조로 홀당 2만원의 상금을 받는 라스베이거스 게임으로 내기골프를 쳤다. 경기가 끝난 후 상금 중 일부는 2명의 캐디에게 수고비로 주어졌다.
이 총리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지 평소보다 못한 95타 정도를 쳤으며 10만원의 상금을 땄다. 캐디에게 돈을 받은 캐디 마스터가 목욕을 마치고 나오는 이 총리에게 상금을 주었으나 “그걸 뭐 하러 갖고 왔냐. 알아서 쓰라”고 했다고 한다.
이 총리가 처음 골프를 시작한 것은 1997년 봄이다. ‘동교동의 마당발’ 또는 ‘특무상사’로 통하던 이훈평 전 의원과 함께 정태수 당시 한보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권노갑 전 의원의 면회를 갔다 오던 길이었다.
이 전 의원은 “3선 정도 됐으면 골프도 치고 사람도 좀 사귀어야 한다”고 말했고 이 총리가 “배운다 배운다 하면서 자꾸 미룬다”라고 답하자 이 전 의원은 바로 서울 여의도동 근처의 연습장에 이 총리를 등록시켰다.
보통 국회의원들은 며칠 연습하고 바로 골프장으로 가지만 치밀한 성격의 이 총리는 1~2개월간 매일 새벽마다 연습장에 다닌 뒤 이 전 의원의 초청으로 데뷔했다.
이 총리는 골프를 처음 배울 때부터 스킨스 게임(매홀 걸린 상금을 이긴 사람이 갖는 방식의 게임)보다는 구력이 긴 사람들이 주로 하는 스트로크 게임(타당 일정 금액을 걸고 타수 차이만큼 상금을 받는 게임)을 많이 했다.
이 총리 머리를 올려준(골프장에 처음 데려간) 이 전 의원의 영향인 것 같다. 이 때문에 룰에는 매우 엄격한 편이었다. 이 총리는 드라이버 거리가 210야드 안팎으로 짧지만 퍼팅이나 어프로치 때 홀까지 일일이 걸어가 거리를 측정하는 등 쇼트게임에 강한 골퍼였다.
동교동계 인사와 주로 골프를 많이 치던 이 총리는 2년만에 80타 대로 향상됐고 스트로크 게임에서 돈을 많이 땄다. 그러나 골프 파트너가 친한 사람이 아니거나 공식적인 성격의 모임일 경우 스킨스 게임을 주로 했다.
총리가 된 이후로는 친한 사람들과도 스킨스 게임을 했다. 또 타수도 90개 내외로 나빠졌다. 의원 시절에는 회기 중이 아닌 경우 주 2회 이상 골프를 쳤으나 총리가 된 뒤에는 조금 줄어 휴일에만 골프장에 갔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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