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는 생산의 중재자가 아니라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디자이너. 그래서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병에 대한 최선의 치료법을 찾”듯 사물과 건축물과 세상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믿는 디자이너.
그가 바로, 프랑스 출신 현대 산업디자인의 아이콘 필립 스탁(1949~)이다. 그의 세계관과 디자인 철학, 그 철학이 구현된 작품의 세계를 소개한 책 ‘스탁’이 출간됐다. 그는 일상의 물질 생활 속에 삶의 미학을 담는 현대 산업디자인의 개념을 뒤집어, 삶이 곧 예술의 행위가 되어야 하고 그럼으로써 삶 자체와 세계를 치유해야 한다고 말한 ‘전복의 디자이너’다.
그는 현대 사회의 병리를 ‘물질주의’로 이해한다.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면 인류의 힘이 물질보다 커졌다는 것이며, (중략) 물질적인 힘을 차지하기 위한 경주는 언제나 사랑이 그 대가로 치러졌다.” 해서 그의 디자인은 ‘사랑’을 복원하고 전도하며, 반(反) 사랑을 논박한다.
가장 흔히 복제ㆍ모방되는 디자인은 그것이 ‘최소한의 의미를 가지고 그 의무를 다하는 제품’이다. 그것을 그는 ‘비(非)디자인’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디자이너가 일종의 집단 기억 뒤로 사라져버리는 디자인, (중략) 더 이상의 분할이 불가능한 지점에 손대는 것”을 그는 추구했다. 한편 그는 ‘비(非)제품’을 추구했다.
누구에게나 하나씩 필요하지만 하나같이 똑 같은 것을 거부하는 디자인. 그의 작품인 칫솔을 두고 그는 이렇게 썼다. “만약,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선반 위에서 뭔가 밝고 명랑한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날마다 여름날의 풍경으로 난 욕실 창문을 여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그는 디자인의 경계를 넘어, 프랑스의 네오파시즘과 보스니아 사태의 방관자들을 서슴없이 꾸짖기도 한다. 책은 디자이너로서 ‘록 스타의 지위’에 오른 그의 매력을 섬세하게 전한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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