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재소자를 성추행, 자살을 기도하게 만든 서울구치소 교도관은 지난해 7월부터 가석방 심사를 위해 상담한 재소자 53명 가운데 12명에게 같은 짓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달 만에야 진상을 밝힌 법무부는 장관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반년 넘게 자행된 성추행 범죄가 불거진 뒤에도 축소와 은폐를 일삼은 교정당국과 법무부의 반성과 다짐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 의문이다.
법무부 조사결과는 교정당국이 재소자 성추행 범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을 확인하게 한다. 그토록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했다면 구치소에 소문이 돌았을 법한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것부터 그렇다.
피해자의 호소와 가족의 항의로 말썽이 난 뒤에도 합의를 종용했을 뿐, 불안증세를 보인 피해자를 독방에 방치한 것은 재소자 인권에 그만큼 관심이 없다는 증거다. 특히 자살기도에도 서울지방교정청과 법무부 교정국이 축소 해명에 매달린 것은 진정한 반성과 개선 의지를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경위는 법무부가 지난달 거창한 개혁 로드맵에서 제시한 재소자 인권보호 강화가 얼마나 헛된 구호일 수 있는가를 일깨운다. 이 변화전략계획은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주고, 법무부 인권국을 신설하는 것이 중심이다.
그러나 재소자 인권보호는 특수한 권력관계인 교도관과 교정당국이 재소자를 감시와 억압 대상으로 여기는 풍토를 바꿔야만 이뤄진다. 그 요체는 재소자를 교정과 사회복귀를 위한 도움이 필요한 인격체로 처우하는 것이다. 상담실 투명유리 문 설치와 여성 교도관 증원 등은 근본대책과 거리가 멀다.
폐쇄적 교정시설에 뿌리깊은 인권침해를 막으려면 외부의 감시감독 체제가 필요하다. 법무부는 여성인권단체와 성폭력감시단을 구성, 재소자를 직접 면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외부 감시는 형식에 그치기 십상이다. 선진국처럼 법적 감독권을 지닌 옴부즈맨을 도입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일상적 감시활동을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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