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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10대 언어로 말한 '자살' 좌절·방황 실감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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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10대 언어로 말한 '자살' 좌절·방황 실감나게

입력
2006.03.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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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처에 깔린 유혹을 무시하고 성공을 향해 바늘구멍 통과와도 같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한국의 10대.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임계점에 달한 그들이 탈출구 혹은 위험천만의 유희를 고안한다. 자살.

극단 ‘느낌’의 ‘외로워도 슬퍼도’는 10대의 자살 문제에서 극의 실마리를 끌어낸다. 그들은 정말 죽고 싶었을까, 죽음이 무얼 뜻하는지 인식이나 하고 있었을까. 연극은 그런 의문속으로 객석을 끌고 간다. 전반부는 파릇한 꿈이 좌절 혹은 유린되는 일련의 과정이다. 무대는 사실(자살)과 환상(죽은 자)을 오가며 살아 남은 자들의 현재를 보여 준다.

그들에게 현실은 더 힘든 것일지도 모른다. 래퍼를 꿈꾸던 남학생은 연예기획사에 돈만 뜯기고 쫓기다시피 유격대에 입대해 과거를 잊으려 한다. 시인을 꿈꾸던 여학생은 시급 4,000원의 바에 취직, 거액의 팁으로 유혹하는 사장에게 짓밟힌다. 벽에 붙은 ‘신장 급매’ 광고는 집요하게 이들을 유혹한다. 성악가가 꿈인 여학생은 잘 봐주겠다던 노교수에게 희롱당한다.

제목은 1977년 방송돼 당시 청소년들을 TV 앞에 묶어놓은 일본의 TV 만화영화 ‘캔디’의 주제곡 맨 앞에서 따온 말이다. 객석 군데 군데 보이는 중년 관객들이 그 증거다. 순수와 꿈을 상징하며 변주돼 나오는 진추하의 ‘Graduation Tears’도 그들을 반긴다.

10대들의 문제를 감각과 언어로 풀어 헤친 것은 창단 9년차인 이 극단이 갖는 장점이다. 지난해 7월 신인 연출가들의 공연제인 오목전에서 ‘자살 클럽’이란 제목으로 선보였던 이 극은 그 동안 끊임 없는 수정ㆍ보완을 거쳐 지금의 무대에 이르렀다.

연출자 김종성(39)씨와 김혜연(27ㆍ상명대 공연과3) 등 연기자들이 사제 관계라는 사실은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무대시설 전문 업체인 중앙무대에서 제작한 장치는 소극장 무대 답지 않은 사실감을 제공한다. 김종해(작가)-종성(연출가) 형제 콤비의 무대. 4월2일까지 낙산씨어터.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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