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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품격있는 총리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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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품격있는 총리를 원한다

입력
2006.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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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제는 우리 헌법이 창출해낸 특이한 발명품이다. 유사한 명칭의 제도가 세계 각국에 존재하긴 하지만 의원내각제의 수상처럼 행정부의 실질적 수반도, 이원집정부제의 총리같이 대통령과 권력을 공유하는 지위도 아니며, 미국 같은 대통령제의 부통령과도 큰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합법적 군한 뛰어넘은 李총리

헌법상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며 대통령을 포괄적으로 보좌하는 기관이다. 국정의 제2인자라고는 하나 그 자리의 임면이 전적으로 대통령의 의중에 달려있어서 소신을 가지고 국정을 포괄적으로 집행하기란 쉽지가 않다. 정치적 대표성을 지닌 기관도 아니고 재임기간에라도 국가권력의 영역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부여받은 바도 없다.

이러한 국무총리제가 존폐 논란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원인은 오랜 기간 재상제를 유지하던 역사적 배경과 누군가 대통령의 정치적 방탄벽으로서 역할을 해줄 필요성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간 많은 인사들이 이 ‘영광스런’ 자리를 거쳐 갔지만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는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이해찬 총리는 특수한 지위를 누렸다고 하겠다. 지난 2004년 6월 그를 참여정부의 두번째 총리로 임명하면서부터 노무현 대통령은 이해찬 총리에 대한 각별한 신임을 표했다.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지위는 물론 국가원수의 고유 권한 밖의 실질적인 정부 운영 전반을 총리에게 맡기는 듯한 인상을 보였다.

이해찬 총리는 특히 국회내 대 야당 관계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점점 강화해갔고 급기야 차세대 주자라는 소문도 들리곤 하였다.

5선 관록에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두번의 투옥을 경험한 역전의 용장이 선봉에 서서 물불 안 가리며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야당의 포화를 막아내고 공세적으로 전세를 이끌고 있는 모습을 후방에서 지켜보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그에 대하여 가졌을 부채의식과 심정적 지원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여러 차례의 설화와 최근의 부적절한 골프파문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총리 사퇴를 유보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해찬 총리는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던 능력 있는 국회의원이었다. 그러나 총리로서 그의 역할은 결코 적절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던 결과를 얻기 위해 막말로 일관하였으며 그러한 언행으로 인하여 총리로서 품격과 체신을 잃었다. 근시안적으로 보아 그의 행동이 참여정부의 개혁과제에 대한 유탄을 막아내는 것 같았으나 길게 보면 그간 이룬 개혁의 성과를 스스로 흠집 내는 과오를 범했다.

그의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은 이 총리 본인의 성품에 기인하는 면도 있겠지만 총리가 가진 합법적 권한을 넘어선 역할을 그에게 부여한 노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 한마디로 법률상 그런 권한을 갖지 않은 기관이 자신의 권한을 넘어 임명권자가 요청한 역할을 하려다 보니 무리가 따르고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으로 물의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

●차기는 균형주 역할 되찾아야

현행 헌법 구조가 유지되는 한, 국무총리는 고도의 정치적 권력을 갖거나 행사하는 기관이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그에게 바라는 것은 국정의 비젼을 창출하고 행정각부의 이해를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조정하여 주요 정책 간의 균형감각을 유지하며, 수준 높은 국가운영이 되도록 고양된 정부 운영의 철학과 가치를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중국 문화혁명의 극심한 혼란 과정에서 최소한의 국가기능이 유지 될 수 있는 기틀을 잡았던 사람은 다름 아닌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였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는 이해찬 총리에 대한 미련에서 과감히 벗어나 집권 후반기를 안정되게 관리할 ‘품격 있는’ 총리 물색에 전력하기 바란다.

이용중 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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