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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권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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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권력의 힘

입력
2006.03.1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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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나 기준에 따라 구체적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지난 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 8,000억달러대로 미국 일본 영국에 이어 세계 4위다. 10차 5개년(2001~2005)계획 기간 중 연 평균 10% 가까운 고속성장을 한 데다, 통계에서 빠져 있던 서비스부문 등을 작년부터 새롭게 편입한 덕분에 3단계나 뛰었다.

그러나 13억명을 넘는 국민들을 배불리 먹여 살리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1인 당 국민소득은 우리의 10분의 1도 안 되는 1,400달러대다. 평균으로 보면 10년 전에 비해 엄청나게 도약했지만 분포를 따지면 상황은 심각하다.

▦인구의 70%를 점하는 9억 농민들의 연 소득은 도시근로자의 3분의 1 수준인 400달러대다. 소득증가율 역시 도시민의 9%대에 크게 처지는 6%대이고 교육 문화 혜택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크고 작은 농민소요 뉴스가 끊이지 않는 것에서 보듯 중국사회의 최대 현안은 농촌문제다. 지난 달 중순 베이징 공산당 중앙학교에서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 총리 등 당 지도부와 전국 31개 성과 시의 주요 간부 200여명이 1주일간 합숙하며 1970년대 한국의 새마을운동 사례를 집중 검토한 뒤 ‘사회주의 신 농촌 건설’을 1호 문건으로 채택한 배경이다.

▦‘11년 전 점퍼’ 사건으로 최근 중국 인민들의 콧등을 시큰하게 했던 예순 줄의 원자바오 총리는 5일 개막한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 4차 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1호 문건의 정신을 재차 강조했다. 덩샤오핑에서 장쩌민에 이르는 ‘선부론(先富論)’으로 얻은 자부심과 자신감 위에서 이제는 후진타오의 ‘공부론(共富論)’으로 조화사회를 실현하겠다는 로드맵을 천명한 것이다.

농업세를 폐지하고 농촌 교육ㆍ의료 개선에 매년 30조원 이상의 돈을 투입하는 이 청사진에 대해 중국인들은 “세계가 앓고 있는 양극화 현상을 1인 당 국민소득 1,500달러 단계에서 치유키로 한 지도부의 결정은 정확한 방향 설정”이라고 지지를 보냈다.

▦1978년 이래의 개혁ㆍ개방 과정을 통해 세계의 공장, 세계의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이지만 부정부패, 빈부격차 등 ‘자본주의적 중국병’도 규모나 내용에서 세계적 수준이다.

그러나 사회주의적 도덕성과 인민에 대한 열정을 겸비한 지배엘리트에 보내는 중국인들의 신뢰는 거의 절대적이다. ‘권력의 힘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역사의 진리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양극화의 해법보다 책임전가에 열 올리는 우리 정부를 보면 중국이 더욱 무섭게 다가온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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