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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김다은 장편소설 '이상한 연애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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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김다은 장편소설 '이상한 연애편지'

입력
2006.03.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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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부터’는 있는데 ‘~에게’는 없는 연애편지가 있다. 이 편지를 쓴 여인은 누구도 쉽게 외면하기 힘든 매력의 소유자. 그녀를 단 한 번이라도 연모한 이라면 ‘어쩌면 나에게?!’하는 희망을 품게 만드는 그런 편지다.

김다은(추계예대 문창과 교수)씨의 장편소설 ‘이상한 연애편지’(생각의 나무, 9,800원)는 이렇게 ‘수취인 불명’의 한 연서(戀書)가 빚어내는 오해와 착각을 모티프로 삼는다. 소설은 연애편지가 두 사람 사이의 은밀한 애정표현 매개체로서의 한계를 넘어 다수와 소통하는 수단으로 그 의미를 확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인터넷 신문의 프리랜서 기자인 주인공 나리는 프랑스 노르망디의 한 고성(古城)에서 열리는 편지축제에 취재차 참가한다. 그러나 참가자 중 다니엘이란 바람둥이 교수가 ‘내 내밀한 사람에게’라는 제목의 연서를 낭송하고, 그를 사모하는 여자들 사이에 그 편지를 얻기 위한 암투와 갈등이 이어진다. 그러던 중 바람둥이 다니엘이 누군가에게 독살을 당하고 편지의 행방 또한 묘연해 지면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대상을 콕 찍어 밝히지 않은 그의 편지는 나리를 비롯한 뭇 여성 참가자들의 가슴 속에 “몸 속에 고통과 그리움을 새겨 넣은 것”(133쪽) 같은 파문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실상 그들은 편지에서 자기들이 보고 싶은 단면만 보고 “각자 다니엘의 내밀한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인 이유”(165쪽)를 확신하는, 착각 속에 사로잡힌다.

소설은 사적이고 내밀한 미디어인 연서가 다수의 가슴을 울리는 문학으로서의 보편성을 지니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형식 면에서도 작가는 서사의 전체를 총 58편의 편지로 이어간다. 그 형식의 고집이, 편지의 문체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괴리로 하여 군데군데 삐걱거리기는 하나, B사감이 기숙생의 러브레터를 검열할 때 느꼈을 법한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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