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등 핵심지도부는 9일 이해찬 총리 거취 문제에 대해 바닥민심과 소속 의원들의 여론을 수렴, 노무현 대통령이 귀국한 직후 노 대통령을 만나 이를 전달하기로 했다.
정 의장을 비롯 김근태 김두관 조배숙 최고위원과 김한길 원내대표가 이날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내린 결론이다. 노 대통령과의 회동 날짜는 15일이나 16일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2시간여의 만찬은 정 의장이 지도부간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과 단합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지만 이 총리 문제로 안타까움과 걱정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만찬에 참석했던 우상호 대변인은 “지도부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하느냐를 두고 고민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심각한 사안이라는 인식이 주된 것이었다”고 전했다. 지도부는 또 민심 수렴을 위해 14일 노 대통령 귀국 전까지 의원들을 광범위하게 만나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지도부는 특히 바닥민심을 크게 걱정했다. 한 참석자는 “여론조사에서 이 총리 사퇴론이 어느 정도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골프파문에 대해 나쁜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걱정이 컸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바닥민심을 걱정했다는 말은 여당 지도부의 생각이 사퇴 불가피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한 부분이다.
아울러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파문으로 지방선거에서 호기를 잡을 수도 있었는데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해서 안타깝다는 말도 나왔다. 이 총리 골프 파문이 한나라당과의 차별화 기회를 상쇄시켜 버린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인 셈이다.
이날 모임에선 12일 예정된 정 의장과 고건 전 총리와의 회동도 화제에 올랐다. 정 의장은 “무슨 얘기를 하면 좋겠느냐”고 의견을 구했고, 참석자들은 “고 전 총리가 한나라당과 같이 할 수 없는 만큼 우리와 함께 가자는 얘기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문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연대 방식에 대한 얘기는 밀도 있게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당 지도부는 또 핵심지도부간 만찬을 일주일에 한번씩 갖기로 했다. “속내를 털어놓을 자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 공감한 것”이라는 게 우 대변인의 설명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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