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를 피하려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를 뒤집어 쓰는 셈이다.”
이해찬 총리 ‘3ㆍ1절 골프파문’의 부적절한 파트너들인 부산지역 일부 상공인들이 속 시원하게 해명하기는커녕 꽁꽁 숨어버린 데 대해 지역의 한 경제계 인사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골프 파트너들은 파문 이후 하나같이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잠적, 지역 경제인들은 물론, 총리실과 교육인적자원부 직원들로부터도 “배은망덕(背恩忘德)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이 총리가 공식석상에서 “사려 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사과 드린다”며 사퇴의사까지 내비쳤다. ‘이(李)의 남자’로 통하는 이기우 교육부 차관도 7일 기자회견을 자청, 해명에 진땀을 흘렸다. 이 총리는 “사퇴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이 차관은 “2004년 이 총리가 골프는 치지 않고 밥만 먹었다”고 해명을 번복, 논란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입장을 표명해 진화를 시도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차기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내정자인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은 2일 지인을 통해 “급히 연락을 받고 개인일정까지 취소한 채 골프모임에 참석했다”는 해명을 흘리는 데 그쳤다. 그나마 5일 언론사에 해명서를 보내 “부산경제의 어려움을 하소연하기 위해 2개월 전부터 모임을 준비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에는 다시 두문불출이다. 당초 중국에 출장을 갔다는 얘기가 떠돌았으나 부산에서 외부와 접촉을 피해 조용히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의 회장을 3번이나 지내는 등 지역 경제계의 좌장 격인 강병중 부산방송 회장도 사태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또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 이삼근 ㈜남청 대표 등 역시 출장 등을 핑계로 연락이 안 된다. 회사 사무실 문도 굳게 잠긴 지 오래다.
지역의 한 유력 상공인은 “갈수록 의혹이 확산되는 것은 골프 동반자들이 석연치 않은 처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부 상공인들 때문에 부산 전체가 욕을 얻어먹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른 재계 인사는 “모임을 주도한 지역 상공인들이 적극 나서 전말을 밝히는 책임 있는 자세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골프 파트너였던 정순택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도 기업인들을 두둔하기는커녕 신랄히 꼬집었다. 정 전 위원장은 7일 골프 동반자 가운데 처음으로 본보 기자와 만나 “기업인들이 피하기만 하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 당당히 밝힐 것은 밝혀야 더 많은 의혹이 없다. 이번에 기업인들의 정서를 똑똑히 알았다”고 말했다.
총리실과 교육부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교육부의 한 간부는 “사고를 같이 저질러놓고 자신들만 빠져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섭섭함을 표시했다.
16일 부산상의 회장 선거를 앞두고 골프파문 당사자들은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공식해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때를 놓쳐 사후약방문에 그칠 전망이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