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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라이프 - 日디자이너 우치다 시게루 그의 인테리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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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라이프 - 日디자이너 우치다 시게루 그의 인테리어법

입력
2006.03.1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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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자랑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우치다 시게루(63ㆍ內田繁).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면, ‘프리폼 체어(Free Form Chair)’는 아시는지?

그건 또 뭐냐고? 자루 안에 쌀겨를 대충 넣어 꿰맨, 사람이 앉는 모양대로 형태가 만들어지는 의자라고 하면 고개가 끄덕여지시는지. 일본 베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의자는 그의 출세작이다. 1968년 작품으로 우리 생활에 친숙해진 지 오래됐다. 또 있다. 일본 도쿄의 번화가 가운데 하나인 록폰기 힐스에 가본 사람이라면 길거리에 설치된 길고 구불구불한 빨간색 의자를 기억할 것이다.

의자 이름은 ‘I can’t give you anything but love(사랑 밖에 드릴 게 없네요)’. 루이 암스트롱 버전으로 유명한 재즈곡 제목과 같다. 심플하지만 구불구불한 의자 선이 마치 재즈 선율처럼 느껴진다. 이렇듯 경쾌하리만큼 단순한 것이 바로 우치다 작품의 특징이다. 어마어마하지 않고 간단하면서도 생활과 밀접하다는 매력이 있다.

그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시회에 갈 여유가 없다면 우치다 시게루 식 방 꾸미기법을 직접 들어보는 건 어떨까.

그는 “디자인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 무언가를 넣어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화려한 색상이나 세련된 디자인에 무조건적으로 집착하기 보다는 생활의 편리성과 가족의 취향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안의 탁자 하나, 의자 하나만 바꿔 놔도 분위기를 확 바꾸는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본인이 귀하게 여기는 다실(茶室)은 자신을 비우고 낮출 수 있는 작고 텅 빈 맑은 공간이다. 우치다씨는 자신이 꿈꾸는 가구를 ‘다실처럼 투명하면서도 선명하고 무게감은 없는, 존재감을 초월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그가 제안하는 인테리어법을 알아본다.

▦ 벽걸이용 장식장

견고하고 쉽게 움직이지 않는 튼튼한 가구만 생각하지 말자. 선이 가늘고 자리 변동이 자유로우며 심플한 디자인의 가구도 괜찮다. 바닥에 놓는 가구보다 벽에 붙이는 가구는 가벼운 느낌을 준다.

무게감이나 존재감없이 공간에 녹아 들기 때문이다. 단순한 격자무늬 벽걸이 선반에 칸막이 층별로 약간 비스듬하게 세워도 전체 실루엣이 흔들리듯 보여 경쾌한 느낌을 준다. 노랑이나 주황, 연두색 등 산뜻한 색감이 들어가도 무게감을 경감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 유연성을 가진 의자

의자는 4개의 다리와 앉기 위한 자리, 등받이가 있어야 한다는 통념을 깨자. 가능한 한 형태를 단순화시켜 원이나 삼각, 사각 모양의 의자를 놓아 보자. 그가 처음 만든 ‘프리폼 체어’는 말 그대로 신체굴곡에 맞춰 변화되는 의자이고 요즘 만든 ‘프래그먼트’ 의자는 조각조각으로 만들어졌다. 각기 따로 활용할 수 있지만 붙이면 새로운 형태로 큰 의자가 된다.

알록달록한 색감까지 가미돼 분위기를 바꾸는 데 제격이다. 본인의 취향이나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

▦ 바닥에 늘어놓은 어두운 조명등

조명은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일반적으로 조명은 주위를 밝히는 물건이지만 우치다씨가 보는 조명은 반대로 어둠을 만드는 것이다. 특정한 패턴으로 빛을 만든다고 하는 발상이다.

어두운 조명은 실내의 깊이를 더 해준다. 장지문 너머로 부드러운 불빛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음영이 매력적이다. 방 하나에 보통 4~5개의 조명을 놓는 것도 방법. 같은 모양의 스탠드를 몇 개 바닥에 늘어 놓아도 예술품처럼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 조립식 다실

집안에 들어 있는 또 다른 사각공간. 다도를 즐기는 조립식 방(茶室)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다도에 관심이 없다면 그냥 휴식 공간으로도 좋다. 보통 다실은 바닥의 배치나 창 내는 방법, 중앙 기둥의 형태, 주인이 앉는 자리 위치 등 규칙이 있는데 이 기본만 지켜 현대식으로 디자인한 우치다씨의 작품은 그의 걸작으로 꼽힌다.

그는 의도적으로 벽을 없애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디자인했다. 큰 정원이 있다면 날씨 좋은 여름날 마당에 펴놓고 사용해도 되고 작은 평수의 아파트라도 가끔 거실에 조립해 차를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우치다 시게루의 디자인전은 26일까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68년부터 지금까지 그의 대표작을 6가지 섹션으로 나눠 보여준다. 무료. (02)395-0331

▲ 우치다 시게루는

1943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나 66년 구와사와 디자인 연구소를 졸업했다. 70년 우치다 디자인 사무소를, 81년 ‘스튜디오 80’을 설립해 상업공간, 가구, 제품, 환경 조형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안토니오 가우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비롯한 당대 최고 디자이너의 작품을 엄선하는 디자인 브랜드 애크미사의 컬볼퓻?동양인 최초로 이름을 올리며 일본을 대표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현재 바우하우스 대학, 도무스 아카데미 등 세계 유수 디자인 스쿨을 순회하며 강연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2000년에는 서울예술대학에서도 특강을 열었었다.

그의 작품은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근대미술관, 몬트리올 장식미술관, 덴버 미술관 등에 영구전시 돼 있다.

마이니치 디자인상(1987), BEST STORE OF THE YEAR 특별상(1990), 쇼칸쿄 디자인상 대상(1990), 예술선장 문부대신상(2000)등을 수상한바 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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