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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그런데, 사랑은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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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그런데, 사랑은 두려워

입력
2006.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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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식 사랑이 늘 고른 건 아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지만, 아픈 건 그렇다 치고 유난히 예쁜 손가락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 집 뜰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도둑고양이들’ 중에서 작년 가을에 태어난 검정고양이가 내게 그렇다. 그 놈이 그릇 앞에 철퍼덕 앉아 고개를 수그리고 뭘 먹는 걸 보면 너무 귀여워서, 달려가 엉덩이를 뻥 차주고 싶을 지경이다. 아직 애 티가 가시지 않은 그 포르르한 자태라니! 애초 겨울을 보내기에 너무 어린 게 애처로워 마음 쓰인 결과일까?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오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고양이도 내게 각별한 정을 느끼는 것 같다. 나를 보는 눈빛이 좀 다르다. 다른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거리를 두고 있지만, 언제고 자리를 뜰 태세로 서 있는 게 아니라 나를 주시하며 앉아 있다. 원하시면 시간을 내주겠다는 듯이.

어제 낮엔 우두커니 선 제 가족들 발치에서 나한테 보라는 듯 눕더니 뒹굴뒹굴 굴렀다. 사랑의 능력은 지능에 비례한다는데 검정고양이들은 대개 영리하고 감정이 풍부한 것 같다. 내가 마음을 열면 들어올 것 같은 고양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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