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가 이끄는 중국정부가 ‘부의 재분배를 통한 평등한 사회건설’이란 사회주의 이념을 실현해낼 수 있을까.
미국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는 9일 중국에서 각종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당국과 서민간에 벌어지는 마찰을 예로 들면서 이 같은 사회주의 이념 실현이 쉽지 않을 것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최후의 모히칸’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도시 거주민 니 율리안씨는 고층건물을 세우기 위한 재개발에 반대하며 버티다 2003년 자신이 집이 헐린 이후 인근에 베니아 합판 원두막을 짓고 살고 있다. 4,000여 가구에 달했던 대부분의 이웃들은 철거 업자들의 폭력에 시달려 떠났지만 그는 끝까지 떠나지 않을 생각이다.
율리안씨는 “경찰과 철거 회사는 한 패거리”라면서 “인민대회당에서 말하는 것과 이곳에서 벌어지는 실상은 아주 다르다”고 지적했다.
5일 개막된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서 원 총리 등이 도시와 농촌간 격차를 줄이는 등 서민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을 비꼬는 이야기다.
사실 재개발 때문에 자신의 집과 땅을 잃은 수많은 도시 빈민들은 그 동안 만연했던 관료들과 개발업자 사이의 검은 결탁이 앞으로도 끊기지 않을 것이고, 이런 검은 커넥션을 이용한 각종 건설은 계속될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서민들은 지방 관료와 개발자, 은행이 개발하면서 농민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거의 보상도 않은 채 내쫓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개발에 따른 오염과 환경, 관료들의 만연한 부패 또한 문제이다.
이 신문은 각종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백만장자가 된 관료와 업자가 속출했으며 이 같은 새로운 자본과 권력집단의 성장은 결국 부자와 가난한 사람,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고 분석했다.
사회주의 체제의 기본 틀인 의료와 교육 부분에서 조차 양극화가 심화하고 고용이 불안해지고 있는 것도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7억~9억 명으로 추정되는 중국 농민의 77%는 의료비 전액을 자기 스스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큰 질환에 걸리면 파탄에 몰릴 수 밖에 없고 아파도 병원조차 갈 수 없는 처지다.
시장경제 도입이후 최근 10년간 도시와 농촌간 소득격차는 2.7배에서 3.2배로 늘어났다. 이러다 보니 농촌 등 소외된 지역에선 분노가 들끓고 결국 이는 시위 등으로 이어져 지난해에만 모두 8만7,000여건의 소요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사정을 잘 아는 후 주석과 원 총리는 2003년 권력을 잡은 뒤 인민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조화로운 사회건설을 목표로 정했으며 이번 전인대에서도 같은 정책을 반복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결국 시장경제 도입으로 극심한 양극화를 초래한 중국이 ‘부의 재분배’라는 또 다른 시험대에 올라선 것이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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