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미국의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개방지향적 경제운영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아울러 미 하원 세출위원회가 8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미 항만 운영권 인수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미 의회와 부시 대통령의 정면대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 상무부는 9일 “1월 무역 적자가 전월보다 5.3% 늘어 사상 최대치인 685억달러를 기록했다”며 “유가 상승과 와인 등 식료품 수입 급증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전 최고치는 지난해 10월 기록한 678억달러였다. 아울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던 신규실업자 수 역시 한 주 사이 8,000명이나 늘어 지난 주 실업수당 신청자가 30만3,000명에 달했다.
AP 통신은 이날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개방 폭이 넓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미 기업이 경쟁력을 잃어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달 한국과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데 이어 8일 말레이시아와도 FTA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 하원 세출위는 UAE 국영회사 ‘두바이 포트 월드’의 뉴욕, 뉴저지 등 미 6개 항만 운영권 인수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부시 대통령과 정면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세출위는 이날 이라크 전비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재건비용에 대한 지출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이 법안을 함께 포함시켜 62대2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 뿐만 아니라 공화당의 지도급 의원들도 내주 중 하원 전체회의에서 두바이 포트 월드의 항만 인수 저지를 위한 법안을 표결에 붙이기로 합의, 부시 대통령에 대한 압박강도가 최고조에 달하는 분위기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8일 “행정부와 의회, 두바이 포트 월드 사이의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의회의 자제를 당부한 뒤 “부시 대통령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해 최악의 경우 대결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부시 대통령은 앞서 의회의 인수거래 저지 움직임에 맞서 항만 거래를 방해하는 어떠한 입법 조치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한 공화당 의원들이 대거 반란세력에 가담하는데다 사상 최대 무역적자라는 악재까지 겹쳐 부시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이 유지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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