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치원에 들어간 약간 통통한 편인 민수(가명ㆍ7)는 벌써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겁쟁이’라는 놀림을 받고 있다. 민수는 문 여닫는 소리, 음악 소리에 종종 깜짝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뒤에서 갑자기 “와”하고 달려들라치면 민수는 울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때문에 민수의 엄마는 은근히 걱정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행동이 좀 느린 편인 민수에 대해 비만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런 증상 때문에 친구들의 놀림이 계속돼 혹시나 따돌림을 당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러나 엄마가 아무리 원인을 생각해도 아이를 엄하게 대하는 것도 아니고 부부 사이의 불화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기 때문에 답답하기만 했다.
이에 대해 신동길 서초 함소아한의원 원장은 “놀라는 증상은 무언가에 갑자기 충격을 받아 심장이 안정 되지 않거나 무서움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으로, 약한 심장 또는 비만과 관계가 있다”며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잘 놀라는 것은 아이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잘 놀라는 아이, 심장ㆍ비만이 원인
한방에서는 오장육부를 다스리는 심장이 태어날 때부터 약하거나 후천적으로 혈액의 공급이 잘 되지 않으면 사소한 것에도 잘 놀라고 정신이 산만해진다고 본다.
우선 심장에 열이 많을 경우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잘 놀라게 된다. 예를 들면 오랫동안 감기 증상이 계속 되는 아이들은 몸 속의 열이 장부를 공격, 심장에도 열이 가게 되므로 더욱 잘 놀라게 된다. 조그만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특히 비만 아동의 경우 과체중으로 인해 심장 기능의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는 증상이 더욱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한방에서는 잘 놀라는 것은 담(쓸개)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놀라서 담을 상하면 정신이 있을 곳이 없어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다”고 나와 있다. 우리가 흔히 겁이 없는 사람을 “담이 세다”, “대담하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담이 약할 경우 깜짝깜짝 잘 놀라며 쉽게 불안해 하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본다.
이는 몸의 기운이 제대로 소통되지 않는 것과도 관련돼 있다. 한의학에서는 몸은 기운의 운용과 연결돼 있어 몸의 위에서 아래로, 찬 곳에서 따뜻한 기운으로 서로 잘 통해야 건강하다고 본다. 양의학적인 단어로 굳이 설명을 하자면 ‘혈액의 흐름’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소통이 막히면 잘 놀라는 것은 물론 각종 잔병치레도 잦아지게 된다. 특히 심장의 열이 잘 내려가지 못하면 답답함과 불안함이 가중되면서 더욱 놀라게 된다.
잘 놀라는 아이, 오줌싸개 또는 작은 키로
이렇게 작은 자극에 심하게 놀라는 아이들은 주변 상황 변화에 너무 민감해지게 된다. 때문에 이런 아이들은 밤잠을 설치거나 아니면 잠자리에 오줌을 싸는 야뇨증 현상을 보이게 된다. 특히 잠을 충분히 못잘 경우 키 크는 데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밤 10시에서 새벽 2시까지가 성장호르몬 분비가 가장 왕성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식생활조절, 움직임 많은 운동을
우선 원활한 기운 소통을 방해하는 몸 속의 열을 내려주는 식생활이 중요하다. 즉 열을 내려주는 음식을 자주 섭취하고 열을 내는 음식을 피하는 것이다. 열을 내려주는 음식은 돼지고기, 해삼, 메밀, 보리차, 수박. 참외, 배, 녹두 등이 대표적이다. 열이 오르게 하는 음식은 닭고기, 계란, 마늘, 고추], 밀가루 등이 있다.
또 운동을 통해 비만을 예방해주는 것도 좋다. 이런 운동은 근육을 키워 심장을 튼튼히 해주는 효과도 있다.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등산이나 농구 축구 등 움직임이 많은 운동 중 아이가 평소 흥미를 갖고 있던 운동을 택해 꾸준히 시키는 것이 좋다.
스킨십으로 아이에게 안정감을
잘 놀라는 아이들은 정서적 안정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의외로 무척 예민해 부모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을 금새 알아채 아이 스스로가 민감해 진다. 때문에 부모의 스트레스는 종종 아이의 면역 능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또 그런 환경에서 아이는 매사에 불안해 하고 별일이 아닌 것에도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결국 이것은 아이의 심장 약화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때문에 잦은 신체 접촉으로 아이에게 안정감을 줄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부모와의 신체접촉에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성격이 부드러워지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하루 종일 가사 일에, 회사 일에 시달렸더라도 아이와 이야기를 할 때에는 두 손을 잡거나 자주 안아주는 것이 잘 놀라는 것에는 물론 정서발달에도 좋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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