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윤세창 교수의 마음건강 365] <9> 남 잘되는 꼴 못보는 것도 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윤세창 교수의 마음건강 365] <9> 남 잘되는 꼴 못보는 것도 병

입력
2006.03.10 00:03
0 0

요즘 우리나라 스포츠 대표 선수들의 계속되는 승전보로 인해 살 맛 난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동계 올림픽의 쇼트트랙에서 보여준 한국의 실력은 실로 경이적이었지요. 한동안 ‘도대체 한국은 왜 그렇게 쇼트트랙을 잘하나’라는 것이 내ㆍ외신의 관심사였습니다.

이에 대해 누가 ‘레이싱을 하듯 운전하는 국민들이라 쇼트트랙도 잘 한다’고 속 뒤틀린 얘기를 하더군요. 이런 못된 비유를 하는 사람의 심리는 무엇일까요. 바로 스포츠에서 필요로 하는 건강하고 순수한 경쟁 심리의 부재 현상이자 그릇된 표출입니다.

정신의학적으로 경쟁 심리는 나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원동력입니다. 이것이 없으면 자기 발전 없이 제자리 걸음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성공하는 사람은 경쟁 심리를 자연스럽게 발휘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심리적인 자신감이나 자부심도 경쟁 심리로부터 태어납니다.

사실 경쟁 심리는 일상생활에서 부작용을 낳기도 합니다. 마치 레이싱을 하듯 운전하는 것도 경쟁 심리의 그릇된 표현입니다. 아이들이 사교육의 늪에 빠져 고생하는 것도 부모들의 경쟁 심리가 낳는 부작용의 하나입니다. 고부간의 갈등, 형제간의 갈등도 경쟁 심리로부터 출발합니다.

조금이라도 내가 손해를 보는 것은 못 참는다는 식의 사회적인 분위기가 팽배한 것도 역시 경쟁 심리를 바로 소화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경쟁 심리는 때론 마음의 병이 됩니다. 과도하고 무리한 경쟁으로 초래되는 마음의 부담을 이기지 못한 사람은 자기 비하와 우울증에 빠집니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무조건 나의 실패로 연결지어 공연한 자책과 적개심에 사로잡히고, 이것이 노이로제나 망상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비양심적인 행동을 일삼아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자기 이득을 취하는 것도 병적인 경쟁 심리에서 비롯되는 마음의 병입니다.

스포츠는 이러한 경쟁 심리를 승화하여 가장 건강하게 표출하는 방법이 됩니다. 직접 뛰는 것도 좋고, 우리 팀을 응원하는 것이어도 좋습니다. 팀을 만들어 승부를 겨루는 운동이어도 좋고, 나 스스로 어떤 목표 달성을 위해 채찍질하는 운동도 좋습니다. 어느 경우이든 사람의 경쟁 심리가 자연스럽게 발휘되도록 고안되어 있는 것이 바로 스포츠입니다.

간혹 스포츠를 통해 대리만족을 한다는 표현을 하지만, 사실은 승화라고 해야 옳습니다. 승화라고 하는 심리 기제는 원초적인 욕구를 사회적으로 가치를 지닌 어떤 것으로 바꾸어 표출하는 것으로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수적인 마음의 작용입니다. 스포츠는 자기 자신의 적극적인 심리적 참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단순한 대리만족을 넘어서서 공격성, 경쟁 심리 등을 승화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장치입니다.

스포츠 정신은 건강한 경쟁 심리를 가르치는 교본이 되기도 합니다. ‘페어플레이’라는 개념으로 압축된다고 하겠습니다. 정정당당하게 승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결과를 깨끗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팀 전체를 생각하고, 내가 아닌 상대편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혹자는 스포츠와 사회는 별개여서 스포츠에서는 가능한 페어플레이가 현실사회에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할 지도 모릅니다. 글쎄요, 저는 근시안적인 성공을 위한 페어플레이 정신위반에는 반드시 그만한 마음의 병이 뒤따른다고 믿고 있습니다. 마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스포츠에서와 같은 페어플레이를 실생활에 적용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스포츠 선수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건강한 경쟁 심리에 심리적으로 참여시키고, 또 페어플레이 원칙을 가르쳐 주어 우리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역시 페어플레이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반드시 이기는 경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져도 상관없다고 미리 생각해서는 좋지 않겠지요.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 꼭 승리할 수 있도록 파이팅을 외쳐가며 열심히 응원하는 것이 바로 건강한 경쟁 심리입니다.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윤세창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