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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전자법정' 한편의 법정영화 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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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전자법정' 한편의 법정영화 보는 듯…

입력
2006.03.1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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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분리투표를 해야 한다는 KT&G의 주장은 주주제안권을 침해한 것이다.”(칼 아이칸측 변호인)

“주주제안 당시에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만 요구하다가 이제 와서 단일화하자는 주장은 잘못됐다.”(KT&G측 변호인)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KT&G(옛 담배인삼공사)와 세계적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측의 첫 법정 공방이 9일 오전 11시 대전지법 304호 법정에서 열렸다. 칼 아이칸측이 제기한 ‘KT&G 주주총회 결의 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공개 구두변론이 진행된 이날 법정은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이칸측은 17일로 예정된 KT&G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6명을 구분 없이 선출한 뒤 그 중에서 감사위원 4명을 선임하는 집중투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칸측은 이미 3명의 후보를 내세운 상태다.

이에 대해 KT&G는 일반 사외이사(2명)와 사외이사 겸임 감사위원(4명)을 분리해 선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아이칸측의 후보들을 일반 사외이사 후보에만 포함시켜 경영 참여를 최소화하려는 입장이다.

치열한 법리공방 끝에 아이칸측 변호인은 동료 여변호사를 증인석에 세우는 히든카드를 꺼내 들었다. 집중투표제를 상장대기업 중 다수가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KT&G측 변호인은 예상이라도 한 듯 반대신문을 통해 보고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며 증인을 몰아 부쳤다.

KT&G측이 증인으로 내세운 KT&G 중견간부를 놓고도 양측은 일합을 겨뤘다.

KT&G측 변호인은 “2004년 주총에서도 분리투표를 했죠?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펴낸 책자에도 감사위원은 일반 사외이사와 구별해서 선임해야 하도록 되어 있죠?”라며 분리투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아이칸측도 밀리지 않았다. “상장회사협의회의 지침을 따라야 하는 것은 법적인 의무는 아니죠?”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방청객들의 손에도 어느덧 땀이 배어나왔다.

양측 변호인들은 이날 새롭게 도입된 전자재판 방식에 맞춰 대형스크린과 빔프로젝트, 실물화상기, 노트북 등 법정에 설치된 기기들을 총동원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증거자료들을 시시각각 스크린에 비추고 중요한 대목은 색깔까지 입혀 마치 프리젠테이션 하듯이 재판부와 방청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한편의 법정드라마를 연상케 한 이날 재판과정은 한쪽에 설치된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DVD에 녹화됐다.

대전지법 민사10부(재판장 권순일 수석부장판사)는 이 사건을 ‘적시처리 중요사건’으로 정해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14일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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